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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하늘채 “버스가 없는데 요금 무료가 무슨 소용”… 접근성 빠진 교통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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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진숭
댓글 0건 조회 53회 작성일 26-04-28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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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하늘채 [주간경향]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중교통 관련 공약이 잇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수도권 교통카드 통합을 공통 의제로 제시했고, 일부 후보들은 무상통근이나 단계적 전면 무상 대중교통 구상도 내놨다. 국민의힘은 70세 이상 시내버스 무료화와 농어촌 지역 ‘우버’ 방식 호출형 이동서비스 도입 등을 교통 공약으로 발표했다.
교통비 부담 완화를 내세운 정책이 확산하는 흐름이다. 다만 이러한 공약은 지하철망과 촘촘한 정류장, 다양한 노선과 짧은 배차 간격 등 대중교통 접근성이 높은, 수도권 중심의 대도시에서 주로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금 부담 완화뿐 아니라 실제 이용 가능한 교통수단의 존재 여부가 정책 체감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이용률 격차로 드러난 접근성 차이
녹색전환연구소, 더가능연구소, 로컬에너지랩 등이 소속된 프로젝트그룹 ‘기후정치바람’이 지난 2월 진행한 제3차 기후위기 인식조사에 따르면 K패스 이용 경험률은 서울, 부산, 인천 등 대도시에서 35~40%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강원 14.0%, 충북 16.7%로 20%에 미치지 못했다. 동일한 제도임에도 지역 간 이용률 격차가 2배 이상 발생한 것이다.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탈 교통수단이 없다”는 응답이 주요하게 나타났다. 강원과 충북 등 일부 지역에서는 해당 응답이 절반 안팎을 차지했다.
국토교통부 대중교통 현황조사(2022년)에 따르면 서울의 평균 버스 배차 간격은 10.1분인 반면 강원 71.1분, 충남 66.6분, 경북 70.7분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은 사실상 ‘1시간 1대’ 수준이다. 전국 159개 시군 가운데 50개는 대중교통 사각지역, 85개는 취약지역으로 분류된다. 통계청 농림어업총조사(2020년)에서도 도보 15분 이내 대중교통이 없는 마을은 2224곳(5.9%)으로 집계됐다. 2015년 879곳(2.4%)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4월부터 9월까지 K패스 환급 기준을 완화하고, 출퇴근 시차 시간대 환급률을 최대 30%포인트 인상하는 등 혜택을 확대했다. 그러나 교통 소외지역의 ‘탈 교통수단’ 확충 없이 추진되는 이러한 정책 확대는 지역 간 이용 격차를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고이지선 녹색전환연구소 지역전환팀장은 “강원, 충북 등 수도권 외 광역 단위에서는 생활권 개념의 교통 체계가 충분히 구축돼 있지 않다”라며 “농어촌 지역과 수도권 중소도시의 1인당 자동차 석유 소비량을 비교하면 증가율이 농어촌 지역에서 더 높게 나타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중교통 인프라 부족이 농촌의 자동차 의존과 에너지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요금감면·무상교통 정책은 대중교통 인프라의 개선 및 확충이 전제될 때에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K패스와 같은 환급형 제도는 지역 간 이용 여건 차이로 인해 정책 효과의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반복됐다”라고 말했다. 특히 지하철이 없는 지역에서는 버스가 공공교통의 핵심 수단이지만, 그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 것이다. 김상철 위원장은 “광역 교통 중심 정책에 비해 생활권 단위 버스 체계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도권에 대중교통 이용 여건이 집중된 상황에서 지방은 이용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라며 “무상교통도 하나의 수단이지만, 버스 공급 확대와 공공 운영 체계가 함께 구축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타고 싶어도 버스가 부족한 구조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 수요응답형(DRT) 교통수단…해법 될 수 있나
한편에서는 농어촌 지역 교통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수요응답형 교통(DRT)이 제시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중교통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 호출 기반 이동 서비스, 이른바 ‘농어촌 우버’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DRT는 정해진 노선과 시간표 없이 이용자의 호출에 따라 차량을 배차하고, 최적 경로로 운행하는 교통 서비스다. 버스와 택시의 중간 형태로, 대중교통 수요가 적은 지역에서 이동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다. 국내에서는 ‘백원택시’처럼 농어촌에서 저렴한 요금으로 운영되는 형태를 포함해 충남 서산·보령, 강원 평창, 경기 일부 지역 등 대중교통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DRT는 보완 수단은 될 수 있어도 대중교통의 기본 인프라로 작동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영수 위원은 “수요응답형 교통은 보완 수단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최소 서비스 수준에 대한 기준 없이 도입될 경우 지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라며 “농어촌 지역이라면 최소한 시간당 일정 수준의 버스 운행 기준을 설정하고 이에 맞는 투자 계획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DRT의 확대가 오히려 기존의 버스 노선을 감소시키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상철 위원장은 “노선버스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경우 이용자 구성만 바뀔 뿐 전체 서비스 확대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기존 버스 노선이나 운행 횟수 축소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DRT가 기존 버스업체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존 사업자가 운영하는 구조에서는 배차 불안정, 서비스 미도달 지역 등 기존 문제도 반복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전국 각지의 농촌 현장의 주민, 활동가, 연구자들이 ‘읍면 자치권 확보’를 목표로 결성한 연대 기구, 읍면자치공동행동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면 순환버스’ 도입을 정책으로 제안했다. 읍면 단위 주민 법인이 한정 면허를 취득해 읍면 소재지와 마을을 잇는 순환버스를 직접 운영하고 지자체가 운영비를 보전하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강윤정 읍면자치공동행동 사무국장은 면 순환버스를 도입하게 된 배경에 대해 “수요응답형 서비스는 존재하지만 먼저 공급 자체가 부족하고, 정서상 혼자인 개인을 위해 호출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 때문에 이용자들이 이용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라며 “그러다 보니 정말 다급할 때가 아닌 경우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분이 많다”라고 말했다. 강윤정 국장은 “농촌에서는 면사무소 소재지에 주로 관공서나 은행, 시장 등이 몰려 있다. 그러나 교통이 없다 보니 생필품조차 사러가기 힘들 때가 있다. 정기적으로 다니는 면 순환버스가 있다면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 법체계와 기존 버스회사의 반대 때문에 면 순환버스를 운영하는 게 쉽지 않다. 강 국장은 “현재 지역의 버스 회사들이 반발할 여지가 상당하기 때문에 지자체장이 결심을 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어서 정책으로 제안했다. 또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주민이 직접 버스를 운영하기에는 제도적 장벽이 높은 만큼, 대중교통 소외지역에서 주민 법인이 공익 목적으로 운행하는 버스에 대해서는 면허 요건을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 입법 공백 지속
요금 감면과 무상교통에만 집중된 현재 공약 흐름은 구조적 문제보다는 단기적 효과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인다. 일부 지역의 무상교통 사례는 정책 설계 방식에 따라 효과 차이가 나타난다. 강원 정선군은 완전공영제 도입 이후 버스 보유 대수와 운행거리를 확대하면서 승객 수가 크게 증가한 반면, 경북 청송군은 무상교통을 시행했음에도 수요 증가 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요금 정책과 함께 인프라 확대가 병행될 때 효과가 확대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교통 소외지역의 이동권 문제가 점점 심해지다 보니 이를 위한 법적 기반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김진희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대중교통 스마트카드 빅데이터를 통해 교통서비스 취약지역 주민들의 이동성 악화를 분석한 결과 고령자의 경우 역세권과 비역세권 대비 통행발생비율이 13배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교통 소외지역의 이동권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이동권을 권리로 보장하는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통권은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권한”이라며 “도시에서는 그나마 무임수송 등 복지정책이 논의되지만, 농어촌 지역은 상대적으로 정책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컨대 도시에서는 고령자에게 지하철 무임승차가 유일한 복지혜택인 셈인데,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면 도시철도가 없는 지역에서는 고령자 교통복지 자체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구조”라며 기본권적인 차원에서 교통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농어촌 등 교통 소외지역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안 발의는 지속적으로 있었지만, 아직 국회에서 통과는 되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는 윤준병 의원이 ‘농어촌 주민 등의 이동권 보장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는 윤준병 의원이 이동권 보장 등을 포괄한 ‘교통기본법’을 발의했고, 복기왕·권영진 의원이 지자체가 필수노선 등을 지원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 개정안도 발의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이영수 위원은 입법 논의와 관련해 “지역별 최소 교통 서비스 수준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단순한 정책 선언을 넘어 구체적인 서비스 기준과 투자 계획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담당 기자가 자주 접하는 표현 중 하나는 ‘진보 교육계’입니다. 단체명이나 각종 활동에서 진보를 표방하는 교육계 인사들이 발표한 기자회견문이나 입장문을 보면 교육의 다양성, 경쟁 완화, 민주시민교육, 교육격차 해소 등이 공통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진보 교육계는 숙의와 합의, 대화의 가치를 중시하는 만큼 내부 토론도 치열합니다. 지난해 하반기 교육부 장관 임명 직전에는 700여명의 진보 교육계 인사가 참여한 한 SNS 대화방에서 사실상의 ‘자체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내신 절대평가 전환, 고교학점제, 인공지능(AI) 교육 등을 두고 질문이 이어졌고, 장관 후보군으로 거론된 인사들이 답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장관 후보군이었던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과 박백범 전 교육부 차관은 일부 질문에 답변하거나 의견 표명을 유보했습니다. 당시 최교진 교육부 장관도 해당 대화방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뜨거운 논쟁이 담고 있는 선의와는 별개로, 진보적 가치가 반영된 교육 정책이 실제 현장에 안착했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의를 담은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고교학점제는 이러한 간극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지난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도입된 이 제도는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이 확정됐습니다. 고교학점제에선 학생들이 직접 과목을 선택해 대학처럼 수업을 듣게 됩니다. 진보 교육계가 강조하는 학생 중심 교육과 다양성·자율성 확대라는 가치가 반영된 제도입니다.
그러나 시행 과정에서는 지역 간 격차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학생 수가 적은 비수도권 소규모 학교에서는 다양한 과목 개설이 불가능했습니다. 그 결과 일부 학생들은 택시를 타고 수십km 떨어진 다른 학교로 이동해 수업을 듣거나, 온라인 학교를 이용해 선택과목을 듣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교육격차 해소를 지향한 정책이 오히려 격차를 벌어지게 만드는 상황이 일어난 것입니다.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 도심에서도 학생 수가 많은 학교를 택하려는 학부모들의 움직임이 더 선명해지는 부작용도 나타났습니다. 일각에서는 “고교학점제는 경기 판교나 서울 목동 같은 중산층 밀집지역에서나 가능한 제도”라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또 다른 예는 고교 내신의 절대평가 전환입니다. 최교진 장관은 공론화를 전제로 고교 내신의 절대평가 전환에 찬성하는 입장을 줄곧 밝혔습니다.
상대평가인 고교 내신은 학생들 사이 경쟁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지목됩니다. 순위 다툼 속에 과도한 경쟁이 일어난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절대평가 전환이 실제로 경쟁 완화나 사교육 감소로 이어질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합니다.
대학 입시 경쟁이 지금 수준으로 유지되는 상황에서 내신만 절대평가로 전환될 경우, 평가 기준의 학교 간 차이로 인해 대학에선 내신점수의 신뢰가 낮다고 판단해 반영 비중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진보 교육계에서 오래도록 경계해온 대학 본고사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평가 요소가 늘어나고 제도가 바뀔수록 유리한 것은 부모의 경제적 지원 능력이 있는 성적 중상위권 이상의 학생입니다. 새로운 제도에 경제력을 기반으로 빨리 적응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정중심 평가를 강화한다는 선의에서 도입된 수행평가가 학생들의 짐이 됐고, 수행평가 사교육도 성행한다는 사실 또한 잊어선 안 될 것입니다.
내신 절대평가화와 함께 제시된 의제인 AI 채점 기반의 수능 서·논술형 도입 논의 또한 비슷한 맥락에 있습니다. 이 논의는 학생의 사고력을 오지선다 객관식이 아닌 글쓰기로 평가하겠다는 기획에서 출발했는데, 채점에 드는 행정 부담을 덜기 위해 AI를 도입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AI의 신뢰성은 아직 담보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의존해 손쉽게 이상을 구현해보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같은 정책과 가치의 괴리는 중앙정부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진보’ 진영의 서울시교육감 단일 후보로 선출된 정근식 현 서울시교육감이 이끄는 서울시교육청도 모순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서울 강남구 대청초등학교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대청초는 폐교 위기에 놓여 있지만, 인근 영희초와 일원초는 각각 260명, 1389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통학구역 조정을 통해 학생을 분산 배치할 수 있었지만, 교육청은 민원 부담을 이유로 이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일원초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인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곳입니다.
학부모들의 폐교 반대에 부딪힌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신입생부터 대청초-영희초를 선택해 진학할 수 있게 하면서 사실상 대청초를 고사시키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다양한 학생이 섞여 수업을 듣고 생활하게 한다는 진보 교육계의 가치는 논의에서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전국연합학력평가 응시 자격을 학교밖 청소년에게 주지 않아 행정소송과 헌법소원까지 이어진 최근 사례도 진보 교육의 가치가 무엇인지 되새겨보게 하는 사건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대형로펌을 선임해 법적 대응을 했지만 패소했습니다. 법원이 학교밖 청소년의 학력평가 응시자격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제도 바깥의 학생에게도 관심을 쏟는 진보 교육계의 경향과는 정반대의 흐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 교육계가 교육으로 사회 난제를 해결하겠다는 큰 꿈을 품었다면 선의가 결과로 이어지는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최교진 장관은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교육은 믿음과 기다림”이라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 없이 “고생했다”는 답변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지금 진보 교육계에 필요한 것은 ‘믿음과 기다림’이 아니라 선의와 이상을 정책으로 구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일 아닐까요.
대한유화가 중동 사태 이후 62%까지 떨어졌던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률을 72%까지 올린다고 밝혔다. 나프타 수급 문제로 연쇄 셧다운 위기에 몰렸던 석유화학 업계가 수입처 다변화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틸렌 등 기초유분 생산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대한유화는 28일 “정부의 공급망 안정화 정책에 맞춰 원료 확보를 확대하고 NCC 가동률을 선제적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대한유화는 연간 90만t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NCC를 울산에 보유하고 있다. 중동 전쟁 발발 전엔 90% 이상의 가동률을 유지해왔다.
우선 나프타 수입처를 다변화한 것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유화는 “전쟁 발발 직후 미국 등으로 공급처를 다변화해 나프타 조달 차질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올해 미국에서 수입한 나프타는 지난해 3월 2460t에서 올해 3월 7만1812t으로 30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3월 나프타 수입 기록이 없는 이집트에선 올해 3월 7만399t을 들여왔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 의존도를 크게 낮춘 결과다.
정부 지원도 NCC 가동률을 올리는 데 역할을 했다. 정부는 나프타 수입 단가 상승분의 최대 50%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석유화학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원료인 나프타 수급 안정을 지원하고 있다.
여천NCC도 전날 NCC 가동률을 기존 60%에서 65%로 올린다고 밝혔다. 여천NCC는 중동 사태 직후 NCC 가동률을 55%까지 낮췄다. 여천NCC 지분의 50%를 보유한 한화솔루션은 이날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정부에서 보조금 등의 제도를 통해 나프타를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밝혔다.
NCC 가동률이 올라가면서 에틸렌 등 기초유분 생산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고 이를 가공해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등의 합성수지를 만든다. 각종 합성수지는 비닐과 플라스틱의 원료가 된다.
대한유화는 “부족한 나프타 대신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직접 매입해 PE와 PP 생산에 투입하는 우회 전략도 가동했다”며 “앞으로도 국가 기간 산업으로서 전방 산업과 국민 생활에 차질이 없도록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나프타 수입 단가 차액 지원 제도가 효과를 보면서 계약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현재 추세가 계속될 경우 5월 나프타 공급은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해 석유화학 제품 수급 우려도 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5월 확보된 나프타 물량은 전쟁 발생 이전 대비 85~90% 수준까지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전히 비싼 나프타 가격은 부담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나프타 가격은 t당 935.5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1.01%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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