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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변호사 ‘가장자리’ 이주배경청년·은퇴 노년, 지역 ‘가장 필요한 자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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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댓글 0건 조회 191회 작성일 26-05-1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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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변호사 이주배경청소년과 노인은 ‘사회적 약자’라는 단선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사회공헌자’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들은 저출생과 지역 불균형 발전 추세로 사람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채우며, 경제활동과 돌봄을 통해 지역사회를 지탱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이주배경청소년과 노인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다가온 미래’의 현장을 보고 왔다. 지난 2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전체의 20% 이상)에 진입한 전북 군산시와 공단지대가 있는 경기 안산시를 각각 찾았다.
성인이 된 한 이주배경청년은 간호사로 일하며 노인 환자를 돌보고 있었다. 은퇴한 노인들은 수십년간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이주배경청소년, 이주민과 나누고 있었다.
두 인구집단은 공공·민간 서비스 등 분야를 막론하고 소통, 상생하며 공동체를 지켜나가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사회복지가 필요한 기관과 가정, 일손이 필요한 기업 등 곳곳의 틈을 메우고 있다.
의료 공백 메운 ‘군산 나이팅게일’
박은혜씨(30)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부터 지역 의료 현장을 지킨 7년차 간호사다. 박씨의 고향은 낙조가 아름다운 군산시 신시도다.
아버지 박병근씨(68)는 1994년 필리핀 북부 망카얀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마주친 동네주민에게 반했다. 아내 아르세니아 나세요씨(55)는 대학교를 졸업한 직후 의류회사에서 옷감 품질관리를 하던 참이었다. 컴퓨터 보급 이전, 약 2200㎞ 떨어진 곳에서 1년 반 동안 편지로 마음을 주고받은 두 사람은 1996년 결혼했다.
어부였던 ‘신시도 양관식’ 병근씨와 ‘필리핀 새댁’ 나세요씨는 두 딸을 키웠다. 박은혜씨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는 어린이였다. 노인 홀로 끌던 손수레를 같이 밀어주고, 매일 아침 학교에 제일 먼저 도착해 교실 청소를 도맡았다. “도움 주면 어르신이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주거나, 친구들이 칭찬하는 것에 기분 좋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작은 섬마을에선 서로 돕는 게 당연하기도 했고요.”
그늘진 기억도 품고 있다. 일부 중학교 동창은 어눌하게 말하며 박씨를 놀리거나 그의 가방을 숨겼다. 박씨는 “사람들이 다문화청소년에 대한 편견을 안 갖게 하려고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열심히 했다”며 “공부를 잘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나를 만만하게 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보살피는 일에 큰 보람을 느낀 박씨는 아버지의 권유로 간호학과에 진학했다. 2020년 군산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을 시작한 박씨는 비수도권의 의료 공백을 메웠다. 한여름에도 전신 보호복과 실드 마스크, 이중 장갑을 착용한 채 환자를 돌봤다. 이후 그는 전북 전주시와 부산에 있는 병원에서 일했다.
전북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집계한 2024년 전주시와 군산시의 인구 1000명당 의사·간호사 수는 각각 4.955명(의사 3.56명, 간호사 6.35명), 3.42명(의사 2.5명, 간호사 4.34명)이다. 서울(의사 3.61명, 간호사 6.48명)에 비해 적다.
반면 두 지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18~23%에 달하는 만큼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높다.
박씨가 최장기인 2년7개월 근무한 곳은 전주에 있는 간호·간병통합병동이다. 간병인을 구하기 어려운 환자들이 입원하는 병원으로, 주로 노인들이 입원한다. 박씨는 이곳에서 하루 평균 12명의 환자를 돌봤다.
“제 맨얼굴을 보고 ‘까맣네’라고 말씀하신 어르신도 계셨어요. 엄마가 필리핀인이라고 밝히면 ‘그래? 내가 말실수했네’라고 받아치셨죠.”
심리적으로 극한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반복됨에도 박씨는 버텼다. 일을 시작한 첫해, 수술방에 누운 환자가 죽음의 문턱에 도달한 모습을 보며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의료진의 처치로 중증환자가 회복하는 상황을 여러 번 보면서 간호사로서 소명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졌다.
두 나라의 문화를 접하며 자란 박씨의 배경은 환자를 대할 때 도움이 됐다. “꾸마인 까 나 바(식사는 했나요)?” “살라마토(감사합니다)”라며 어머니로부터 배운 타갈로그어(필리핀 공용어)로 말을 건네거나, “우리 엄마도 필리핀 사람”이라고 알리면 이주민 환자들은 긴장을 풀었다.
박씨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병간호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일을 그만뒀다.
두 딸에게 진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아내에게 다정히 한국어를 가르치던 그의 모습은 이제 볼 수 없게 됐다. 말수는 현저히 줄어들었고 무표정으로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군산 시내에 사는 박씨는 매일 아침 아버지를 요양센터로 데려다준다. 병원에도 동행한다. 그는 간호사에서 환자 보호자가 되어 근무했던 병원을 다시 찾게 됐다.
나세요씨와 박씨의 동생은 신시도에 남아 숙박·요식업을 하며 생계를 맡고 있다. 한국어 한마디 하지 못했을 때 타지로 왔던 나세요씨는 이제는 한국 요리 달인이 됐다. 남편을 세심하게 간병하기 위해 요양보호사 시험도 준비 중이다. 문제집에는 ‘비가역적 진행’ ‘잔존능력 저하’ 등 어려운 용어투성이다.
나세요씨는 한국 사회에서 요양보호사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이민자의 시험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세요씨도 한 차례 시험에서 떨어졌다.
요양보호사 실습을 했던 나세요씨는 “아픈 환자들이 욕하면서 함부로 말할 때도 있었다. 간호사들이 얼마나 힘든지, 딸의 마음을 많이 느꼈다”며 “그래도 성격이 밝은 은혜에겐 이 직업이 딱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때 항공승무원, 사회복지사가 되길 꿈꾼 박씨는 지금도 하고 싶은 게 많다. 구급대원에도 도전해보고자 틈틈이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위급한 상황에 부닥친 환자를 가장 먼저 처치하는 역할을 하면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 역시도 가족센터나 이웃들의 도움을 받고 자랐습니다. 지금은 다문화청년들이 노인을 돌보고 있고, 언젠간 이들도 노인이 돼 돌봄이 필요한 순간이 오겠죠?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대기업 이 과장’에서 한국어 선생님까지
안산에 있는 한 아파트 건물 상가에는 ‘고려어학원’이란 특별한 교실이 있다. ‘설 연휴에 무엇을 하고 보냈나요?’ “17일 에버랜드 있었어요. 그리고 16일 친구와 놀았어요.”
마리아양(15·가명)이 또박또박 대답하자 같은 반 친구들이 손뼉을 쳤다. 러시아에서 온 그는 고려인의 후손이다.
지난 2월19일 오전 10시50분, 교실에 있던 6명의 학생은 15~17세로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지에서 온 중도입국 이주배경청소년이다. 모두 고려인 4~5세다. 2019년 세워져 유치부부터 11학년이 다니는 이 대안학교는 5월 10명의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이덕근씨(68)는 이곳에서 평일 하루 3시간씩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2024년부터 출근한 그는 올해 3년차 교사다. 이씨의 2월 월급명세서에 찍힌 실수령액은 73만100원. 급여는 지방자치단체와 사회복지기관 등이 지원한다. 10개월 계약직으로, 매년 재신청할 수 있다.
안산은 외국인 인구 비중이 약 13.3%를 차지하는 글로벌 도시다. 1990년대부터 이주노동자들이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로 몰려들었다. 단원구 원곡동 일대는 2009년 다문화특구로 지정됐다.
단원구 선부2동에는 고려인 정착촌인 떼꼴마을이 있다. 이곳 부모들은 대부분 반월·시화공단으로 출근한다. 일부 부모들은 러시아어를 쓰는 친구들이 모여 있고, 러시아어와 한국어, 수학 등 과목을 두루 배울 수 있는 고려어학원으로 자녀를 보낸다. 학비는 월 35만~50만원이다.
이씨는 지인으로부터 단원시니어클럽에서 ‘다문화 분야’ 일자리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서류 심사와 2차례에 걸친 면접을 통과했다.
그가 이주배경청소년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2015년 시작한 교회 봉사활동이었다. 이주민과 병원에 동행하거나, 이주노동자의 임금체불 피해 신고를 도왔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받는 이씨는 생계 목적보다는 이주배경청소년의 자립을 돕기 위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원시니어클럽은 공익활동(16개), 역량활용(17개), 공동체사업단(18개) 등 분야 일자리에서 노동자를 매년 구하고 있다. 올해에는 2014명을 모집했다. 장애인, 노인, 아동 등 돌봄이 필요한 이들이 있는 곳곳에 노인들이 배치된다.
이씨에게 교사 일은 쉽지만은 않다. 대부분 학생은 기초 한국어조차 모르고, 수준이 학생마다 천차만별이다. 일부 교사들은 파워포인트(PPT)로 수업자료를 만들지만, 이씨는 ‘효율이 나지 않아’ PPT 제작을 안 했다. 그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컴오피스의 한글을 사용하던 ‘얼리어답터’였지만 마이크로소프트 365 프로그램은 익숙지 않다.
‘58년 개띠’인 이씨는 서울 성북구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에서 중국어학을 전공했다. 1989년 입사한 한화그룹 계열 삼희관광이 첫 직장이었다. 당시 여행사들은 1992년 중국 수교를 앞두고 현지 관광상품 개발에 몰두했다. 이씨가 있던 팀은 지린성 광개토대왕릉비를 방문하는 고구려 역사 기행 상품을 만들었고, 그는 실크로드를 따라 한국 학자들을 인솔하기도 했다.
과장 직함을 달았던 이씨는 회사를 관두고 삼성전자 컴퓨터를 사업장에 직판하는 매장을 열었다. 그해는 1997년. 외환위기가 한국을 덮쳤고 이씨는 얼마 못 가 사업을 접어야 했다. 이후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지인 사업을 돕다가 2002년 안산시에 정착했다.
이씨의 수첩에는 학생들의 꿈이 적혀 있다. 영어 선생님, 통역사, 변호사, 엔지니어… “2024년 처음 왔을 때 한국어를 못했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애가 있었어요. 화성시 어천역에서 여기까지 매일 왔죠. 꿈이 물리학자이고, 한국에 남겠대요.”
그는 한국이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주배경청소년을 가르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또 이주배경청소년이 언어 장벽을 넘어야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도 한국말을 못해 일을 구하지 못하다가 사고를 치는 이도 있었다”며 “이 친구들이 사회에 적응하려면 혼자 힘으로는 힘들고 여럿이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늦은 시간에서야 퇴근하는 중도입국 이주배경청소년의 부모는 자녀 교육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비정부기구인 기아대책이 지난해 7월 15~29세 이주배경청년·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50%가 ‘학창 시절 친구들만큼 학교생활이나 공부를 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한국의 환경이 낯설고 익숙지 않아서’(25%), ‘한국어를 잘하지 못해서’(24%), ‘사교육을 받지 못해서’(19%) 등을 꼽았다.
“가르치는 건 내 인생 최고의 기쁨”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은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김태호씨(67)는 2024년부터 안산다문화작은도서관에서 학생들에게 일본어·영어를 가르쳤다. 초등학생부터 중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선주민과 이주민, 이주배경청소년 등이 찾았다.
그는 자동차부품 제조회사에서 35년간 품질관리, 해외영업, 제품개발 등을 해왔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 발레오에서 근무하는 동안에는 영어 등 어학능력을 쌓았다. 정년퇴임 이후 그를 기다린 건 우울감과 불면이었다. 그러다 ‘제2의 삶’을 살면서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김씨는 “전 직장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누군가에게 가르치는 일은 내 인생 최고의 기쁨”이라며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과 봉사를 통해 내 안에 있는 사랑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도서관이 다문화 커뮤니티의 중추적 역할을 하길 기대했지만, 안산시 예산이 끊기며 도서관은 지난 3월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이 일을 하면서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 혐오를 많이 느꼈죠. 이젠 서로를 인정하고 공존하자는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교류하고 소통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주민과 선주민이 함께하는 공간이 중요해요.”
밤하늘을 수놓는 전통 불꽃 예술 ‘낙화(落火)’를 바라보며 소망을 기원하는 세종 낙화축제가 한층 풍성해진 모습으로 돌아온다.
세종시는 불교낙화법보존회, 세종시문화관광재단과 함께 오는 16일 세종호수공원에서 ‘2026 세종 낙화축제’를 개최한다고 6일 밝혔다.
낙화는 재앙을 물리치고 복을 기원하는 전통 의식으로, 낙화봉에 불을 붙여 떨어지는 불꽃을 바라보며 마음을 정화하고 각자의 소망을 비는 의미를 지닌다. 시는 무형유산인 ‘세종불교낙화법’의 가치를 계승하기 위해 매년 축제를 통해 전통 불꽃 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낙화 연출은 오후 7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약 2시간 동안 진행된다. 특히 관람객 안전과 편의를 고려해 주무대를 매화공연장으로 옮기고 물놀이섬과 푸른들판 등 호수공원 내 총 8곳에서 동시에 연출을 펼쳐 어디서든 낙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솔숲정원에는 소나무와 어우러진 포토존도 조성된다.
축제장으로 향하는 세호교 양쪽에는 100여 개의 전통등이 설치돼 ‘설렘의 통로’를 연출하며 관람객에게 일상에서 비일상으로 이동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 축제 당일에는 낙화축제 홍보물을 제시하면 국립세종수목원을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시는 행사 당일 교통 혼잡이 예상되는 만큼 대중교통과 도보 이용을 권고하고 자전거 이용객을 위한 임시 주차장도 운영할 계획이다.
자세한 사항은 시 누리집 또는 관광진흥과, 세종시문화관광재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창고형 약국 이용자 중 절반 가까이가 동네약국을 이용할 때보다 돈을 더 쓴 것으로 나타났다. 값이 싸다는 이유로 ‘필요할 때 산다’에서 ‘미리 쟁여둔다’로 소비 행태가 바뀌며 대량·충동 구매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10명 중 6명은 이렇게 구매한 약의 복용법을 몰라 동네 약국에 가서 도움을 요청한 경험이 있었다.
경향신문이 7일 입수한 ‘창고형 약국 이용 실태와 소비자 구매행태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창고형 약국 이용자 중 49.3%가 동네 약국을 이용했을 때보다 오히려 지출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줄어들었다는 응답은 4.3%에 그치며 이용자들 기대와 달리 실제 지갑 사정은 반대로 움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약준모)이 여론조사기관 데이터몬드에 의뢰해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최근 3개월 내 창고형 약국 이용 경험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창고형 약국 관련 논쟁이 그동안 가격 경쟁에 따른 동네약국 피해 등에 집중됐다면, 해당 조사는 의약품 소비 행태와 지출 규모, 복약 지도 경험 등 이용자를 중심으로 들여다봤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조사에 따르면 창고형 약국 방문객 중 45.3%는 ‘방문 전 계획하지 않았던 품목을 구매했다’고 답했다. 이들이 추가로 구매한 것은 비타민·영양 관련 일반의약품(37.7%)이 가장 많았다. 이어 건강기능식품(31.3%), 진통제·해열제(28.5%) 순이었다. 추가 구매한 이유는(복수응답 가능) ‘언젠가 쓰겠지’식의 상비 심리(35.5%)가 가장 많았고, ‘싸게 느껴져서’라는 가격 자극(31.1%)이 뒤를 이었다. 그 결과 10명 중 6명(62.2%)은 창고형 약국 이용 후 집에 보관 중인 의약품·건강기능식품 양이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창고형 약국에서 만난 직장인 A씨는 “진통제 사려고 왔다가 종합감기약과 소화제, 비타민도 샀다”며 “언젠가는 다 쓸 약인데 동네 약국보다 최소 10~20% 정도는 싼 가격에 구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A씨는 약값으로 총 12만3000원을 썼다.
A씨는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창고형 약국 이용자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창고형 약국에서 한 번에 3만원 넘게 결제한 비율은 41.5%로, 동네 약국(3.8%)의 약 11배에 달했다. 개별 품목 가격은 동네 약국보다 낮아도, 한 번에 결제하는 규모는 커지는 구조다. 이렇게 덩치가 커진 장바구니 안에는 꼼꼼히 가격을 따져보지 않은 채 무심코 담은 제품들도 섞여 들어갔다. 구매 당시 개별 가격이나 단가를 충분히 비교하지 못하고 산 제품이 있었다는 응답이 35.7%에 달했다.
구매한 의약품 중 일부는 사용하지 않은 채 약장에 그대로 보관됐다. 응답자의 39.4%는 ‘사용하지 않은 제품이 집에 있다’고 말했고, 49.0%는 ‘비슷한 효능의 제품을 이미 갖고 있는데도 중복으로 산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결과 ‘창고형 약국 이용이 가계 지출 절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39.4%)이 ‘도움이 된다’는 응답(29.8%)을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약을 대량으로 중복 구매하는 행태는 오남용 위험 등과 직결되지만,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안전 점검은 충분하지 않았다. 창고형 약국 방문 시 약사 상담을 ‘충분히 받았다’는 응답은 27.2%에 그쳤다. ‘간단히 받았다’가 35.1%로 가장 많았고, ‘요청했지만 거의 또는 전혀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16.8%에 달했다. 특히 60대 이상에서는 ‘다른 약과 함께 먹어도 되는지 확인하지 않은 적이 있다’는 응답이 33.1%로, 전체 평균(26.3%)을 웃돌았다.
상담 공백은 구매자와 실제 복용자가 다른 경우가 많은 창고형 약국 특징과 만나 ‘사고 위험’을 키운다. 실제로 창고형 약국에서 계획하지 않았던 품목을 추가 구매한 주요 이유 중 하나가 ‘가족·지인의 요청이 있어서’(23.4%)였다. 일반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도 복용자 나이, 기저질환, 기존 처방약 복용 여부에 따라 주의사항이 달라진다. 그런데도 전체 응답자의 39.3%가 가족에게 제품을 전달하면서 복용법이나 주의사항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렇게 구매 현장에서 채우지 못한 안전 점검은 동네 약국에 의존해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64.4%가 동네 약국을 찾아 창고형 약국이나 인터넷 등 외부에서 구매한 제품의 복용 방법이나 병용 가능 여부를 문의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1~2회 문의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59.3%, 3회 이상 있다는 응답이 5.1%였다. 특히 60대 이상 응답자 중 외부 구매 제품에 대해 동네 약국에 문의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78.5%까지 치솟았다.
경기도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B 약사는 “며칠 전 70대 어르신이 아들이 창고형 약국에서 감기약을 여러 개 사다 줬다며 ‘어떤 것을 먹어야 하느냐’고 물어봐 복용법과 주의사항 등을 알려드렸다”며 “이런 경우가 너무 많다 보니 약사들 사이에선 ‘거 뭐 좀 물어봅시다’란 밈(인터넷 유행)이 돌 정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구매와 상담이 분리되는 양상은 유통 시장의 ‘쇼루밍(Showrooming)’ 현상과 닮았다. 소비자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보고 실제 구매는 저렴한 온라인에서 하듯, 창고형 약국에서 약을 산 뒤 부작용이나 병용 가능성 등 상담은 접근성이 좋은 동네 약국에서 해결하는 식이다.
박현진 약준모 회장은 “쇼루밍 현상이 심화하면 결국 판매 중심 업체만 남게 된다”며 “진료는 안 하고 시술만 하는 피부과가 많아지는 것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약국은 단순한 유통 채널이 아닌 보건의료 안전망의 한 축을 담당하는 만큼 창고형 약국도 의약품 오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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