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레플리카 [단독] “트럼프는 이도 저도 못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늪에 빠졌다”…주한 이란 대사가 말하는 미·이란 전쟁의 향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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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는 5월 5일 주간경향과 단독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압박할 지렛대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꼽았다. 그는 “트럼프는 이란에서 민간인이 몇명 희생됐는지 전혀 신경을 안 쓴다. 주변 아랍 국가들이 얼마나 피해를 봤는지, 미군의 생명도, 미국의 자산도 신경 안 쓴다”며 이같이 밝혔다.
쿠제치 대사는 1시간 30분 동안 인터뷰에서 이란 정부가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지를 밝혔다. 인터뷰가 진행된 5월 5일은 공교롭게도 한국 화물선 HMM 나무호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한 다음 날이었다. 쿠제치 대사는 “나도 뉴스로만 접해 자세한 상황은 모른다”면서도 “이란군과 사전에 합의가 돼 있었다면 다른 선박들처럼 안전하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을 “트럼프의 모험주의적 정책의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는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자기 마음대로 쉽게 풀릴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며 “회사나 선사들이 트럼프의 이야기나 약속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란을 명분 없이 침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문에 이 모든 긴장 상황이 촉발됐다는 것이다.
갈등의 뿌리는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이란 핵 합의(JCPOA) 일방 파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JCPOA는 2015년 이란이 우라늄 농축 활동을 제한하는 대가로 미국, 유럽 등이 경제 제재를 완화하기로 한 다자 합의였다. 파기 이후 이란은 핵 활동 제한을 차례대로 풀어나갔고 긴장은 극에 달했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 충돌은 2026년 2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 ‘오퍼레이션 에픽 퓨리’에서 시작됐다. 공습으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사망했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맞섰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무역의 약 25%가 지나는 이 해협이 막히면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114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양측은 불완전한 휴전을 이어갔지만 호르무즈 해협 등에서 간헐적으로 군사적 충돌은 이어지고 있다. 이란은 4월 말 파키스탄을 통해 14개 항목의 종전·핵 협상안을 미국에 전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페르시아만에 갇힌 민간 선박들을 미국 해군 함정이 호위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돕는 ‘프로젝트 프리덤’을 5월 4일 개시했다. 이에 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통제 범위를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호르무즈 우회 송유관의 출구) 인근까지 확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 진전이 있다며 24시간 만에 작전을 중단시켰다.
쿠제치 대사는 “미국이 이란을 침략한 초기부터 트럼프는 모든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쉽게 지나갈 수 있다고 주장해왔지만 모두 허위 사실이다. 선사와 보험사들도 트럼프의 말을 처음부터 믿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 모든 위험과 책임을 선사와 보험사에 떠넘기려 작정했다”고 비판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 원칙에 대해서는 “이란이 침략받았을 때부터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이 이 지역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라고 밝혔다. 어떤 선박이든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려면 무조건 이란과 사전 합의가 있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은 선박이 입는 피해는 모두 그 선박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휴전 전망을 두고는 “솔직히 말하면 희망적이지 않다”며 “트럼프의 악의적인 이란 역봉쇄 조치 자체가 불법적이며, 오히려 휴전을 무시하거나 사실상 해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쿠제치 대사는 호르무즈 봉쇄와 핵 협상이 철저히 별개 사안임을 거듭 못 박았다. 그는 “정신 나간 사람이 우물에 돌을 던져 놓으면 그 돌을 어떻게 빼낼지 정상적인 사람들이 고민해야 한다는 (이란) 속담이 있다”면서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누구나 자유롭게 다니던 곳이었다. 이 경제적 비극을 만든 트럼프 본인이 해결자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원하는 것은 호르무즈 해협이 예전처럼 돌아가는 것, 이란에 대한 미국의 역봉쇄가 종결되는 것, 그리고 미국이 이란을 다시 침략하지 않겠다는 보장”이라며 “이런 일들이 처리된 후에야 이란의 핵 문제와 관련해서 서로가 소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으로부터 재침략 방지 약속을 받기 전에는 이란은 절대로 핵 문제를 두고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란이 이번 침략으로 입은 피해를 어떻게 보장할지도 논의해야 하고, 지금까지 이란에 부과된 모든 경제 제재가 해제돼야 한다는 조건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준수하는 국가라며, 이란 핵 위협은 허구라고 주장했다.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사찰을 받아 온 국가다. 이란의 핵 위협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만들어진 가짜 위협이다.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위협적인 나라로 보이게 하려고 부풀려져 왔다.”
이란이 압박을 버티는 배경에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이 있다. 쿠제치 대사는 “중국은 현재 이란과의 교역에 있어 제일 중요한 파트너다. 이란은 계속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어떠한 요구에 대해서도 굴복하지 않는 국가”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은행권에 미국의 대이란 간접제재를 무시하라고 지시한 뒤 나온 발언이었다. 이란과 러시아의 관계에 대해서는 “5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현재 최고 수준에서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 이란의 상업 선박 공격 중단,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 금지, 기뢰 위치 정보 공개, 자유항행 보장 등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이란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유엔 헌장 제7장을 근거로 경제 제재는 물론 군사적 조치까지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취지지만, 거부권을 가진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미국의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와 재무부는 5월 1일(현지시간) 이란의 석유제품을 수입하는 창구로 지목된 중국 기업과 개인 등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세컨더리 보이콧을 꺼내든 것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금융기관도 제재 대상에 포함하는 조치로, 사실상 전 세계 기업들이 이란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수단이다.
쿠제치 대사는 “(미국이) 국가들에 압박을 주면서 이란과의 교역에서 이익도 못 챙기도록 하고 있다”며 “이란은 매우 큰 나라고 잠재력도 어마어마하다. 만약 한국과 이란 사이에 정상적인 경제 교역이 있었으면 양국 간의 교역 규모는 1000억달러를 훨씬 넘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쿠제치 대사는 이 모든 상황의 원흉으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미국이 중동에서 이란에 대해서 하는 정책은 다 이스라엘이 주도하고 안내하는 거다. 이스라엘은 항상 이란과 미국이 합의에 도달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란과 미국의 분쟁과 갈등 때문에 이스라엘이 이익을 챙겨왔기 때문이다. JCPOA 핵 협상도 어떻게든 망가뜨리려고 노력을 했다.”
쿠제치 대사는 “지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트럼프를 완전히 장악하고 통제하고 있다”며 “유감스럽게도 트럼프 2기에서 이 무지한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기만적인 정책에 넘어가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명분 없는 전쟁으로 미국에 의존했던 아랍국가들의 시각도 변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페르시아만 주변 아랍국가들은 그동안 미국에 돈을 바치면 자신들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지금 그 나라들에 주둔 중인 미군기지가 자기들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
일각에선 인권 탄압 등 억압적인 사회체제를 유지해온 이란의 이슬람공화국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개혁을 지지해온 이란 시민들이 보복 공포에 떨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영국 공영방송 BBC는 5월 4일 보도를 통해 전쟁이 마무리되면 이란 정부가 내부 탄압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공포가 야당 활동가들과 인권변호사들, 독립 언론인들 사이에서 만연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쿠제치 대사는 “BBC는 절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무조건 서방의 이익을 챙기는 매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전쟁의 여파를 보면 이란 내에서 국민이 다 단합이 되고 한마음이 된 것을 볼 수 있다”며 “이란을 비판하고 반정부 의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 교도소에 있던 사람들까지 이 침략 이후에 다 하나가 됐고,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정부의 이란 문제 대응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당장 한국 정부는 미국의 군사 작전 참여 요청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HMM 나무호 폭발 사고 이후에도 정부는 사고 원인 규명을 우선하며 결정을 유보했다.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파견에는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는 현실적 제약도 있다.
이재명 정부는 또 외교장관 특사를 이란에 파견하고, 국제적십자위원회를 통한 인도적 지원을 했다. 쿠제치 대사는 “좋은 결단을 하는 것 같다. 이번 긴장 상황에서 한국 대표단이 처음으로 이란을 방문했다. 이란은 한국 국민과 한국 정부에 피해를 줄 의지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국 특사가 이란 외교장관과 차관들과 회담했다. 고위 관리들과의 소통이 제대로 되면 지금 이런 긴장된 상황에서도 한국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이어 “테헤란은 서울이 보다 독립적이고 현실적인 시각에서 상호 이익에 기반한 접근을 취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의 군 자산 투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대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이쪽 지역에 어떤 군사 무기나 자산을 보내는 것을 이란은 비호의적이고 반이란적인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호르무즈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군사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으면 미국이 이미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지금 하는 작전은 다른 나라들도 이 위기에 끌려 들어오게 하려는 시도다. 미국 작전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국가들의 결정은 자국의 국익을 챙기기 위한 올바른 선택이다.”
한국 선박의 안전한 통과 방법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이란은 2개의 섬 사이에 새로운 안전 통행로를 마련해두었다. 이란의 공격이 시작된 이후에도 이 통로로는 이란 선박이든 외국 선박이든 통과해왔다.” 케슘섬과 라라크섬 사이의 좁은 수로를 가리키는 말이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는 집무실 바닥에 깔린 모래색 바탕의 페르시아 카펫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란의 카펫은 장인이 한땀 한땀 인내심으로 기워 만든 인내의 결과물입니다. 이란 문명도 그렇게 인내로 쌓아 올린 것이죠. 시간은 이란 편입니다. 이도 저도 못하고 스스로 덫에 걸린 트럼프는 결국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창고형 약국 이용자 중 절반 가까이가 동네약국을 이용할 때보다 돈을 더 쓴 것으로 나타났다. 값이 싸다는 이유로 ‘필요할 때 산다’에서 ‘미리 쟁여둔다’로 소비 행태가 바뀌며 대량·충동 구매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10명 중 6명은 이렇게 구매한 약의 복용법을 몰라 동네 약국에 가서 도움을 요청한 경험이 있었다.
경향신문이 7일 입수한 ‘창고형 약국 이용 실태와 소비자 구매행태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창고형 약국 이용자 중 49.3%가 동네 약국을 이용했을 때보다 오히려 지출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줄어들었다는 응답은 4.3%에 그치며 이용자들 기대와 달리 실제 지갑 사정은 반대로 움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약준모)이 여론조사기관 데이터몬드에 의뢰해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최근 3개월 내 창고형 약국 이용 경험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창고형 약국 관련 논쟁이 그동안 가격 경쟁에 따른 동네약국 피해 등에 집중됐다면, 해당 조사는 의약품 소비 행태와 지출 규모, 복약 지도 경험 등 이용자를 중심으로 들여다봤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조사에 따르면 창고형 약국 방문객 중 45.3%는 ‘방문 전 계획하지 않았던 품목을 구매했다’고 답했다. 이들이 추가로 구매한 것은 비타민·영양 관련 일반의약품(37.7%)이 가장 많았다. 이어 건강기능식품(31.3%), 진통제·해열제(28.5%) 순이었다. 추가 구매한 이유는(복수응답 가능) ‘언젠가 쓰겠지’식의 상비 심리(35.5%)가 가장 많았고, ‘싸게 느껴져서’라는 가격 자극(31.1%)이 뒤를 이었다. 그 결과 10명 중 6명(62.2%)은 창고형 약국 이용 후 집에 보관 중인 의약품·건강기능식품 양이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창고형 약국에서 만난 직장인 A씨는 “진통제 사려고 왔다가 종합감기약과 소화제, 비타민도 샀다”며 “언젠가는 다 쓸 약인데 동네 약국보다 최소 10~20% 정도는 싼 가격에 구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A씨는 약값으로 총 12만3000원을 썼다.
A씨는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창고형 약국 이용자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창고형 약국에서 한 번에 3만원 넘게 결제한 비율은 41.5%로, 동네 약국(3.8%)의 약 11배에 달했다. 개별 품목 가격은 동네 약국보다 낮아도, 한 번에 결제하는 규모는 커지는 구조다. 이렇게 덩치가 커진 장바구니 안에는 꼼꼼히 가격을 따져보지 않은 채 무심코 담은 제품들도 섞여 들어갔다. 구매 당시 개별 가격이나 단가를 충분히 비교하지 못하고 산 제품이 있었다는 응답이 35.7%에 달했다.
구매한 의약품 중 일부는 사용하지 않은 채 약장에 그대로 보관됐다. 응답자의 39.4%는 ‘사용하지 않은 제품이 집에 있다’고 말했고, 49.0%는 ‘비슷한 효능의 제품을 이미 갖고 있는데도 중복으로 산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결과 ‘창고형 약국 이용이 가계 지출 절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39.4%)이 ‘도움이 된다’는 응답(29.8%)을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약을 대량으로 중복 구매하는 행태는 오남용 위험 등과 직결되지만,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안전 점검은 충분하지 않았다. 창고형 약국 방문 시 약사 상담을 ‘충분히 받았다’는 응답은 27.2%에 그쳤다. ‘간단히 받았다’가 35.1%로 가장 많았고, ‘요청했지만 거의 또는 전혀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16.8%에 달했다. 특히 60대 이상에서는 ‘다른 약과 함께 먹어도 되는지 확인하지 않은 적이 있다’는 응답이 33.1%로, 전체 평균(26.3%)을 웃돌았다.
상담 공백은 구매자와 실제 복용자가 다른 경우가 많은 창고형 약국 특징과 만나 ‘사고 위험’을 키운다. 실제로 창고형 약국에서 계획하지 않았던 품목을 추가 구매한 주요 이유 중 하나가 ‘가족·지인의 요청이 있어서’(23.4%)였다. 일반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도 복용자 나이, 기저질환, 기존 처방약 복용 여부에 따라 주의사항이 달라진다. 그런데도 전체 응답자의 39.3%가 가족에게 제품을 전달하면서 복용법이나 주의사항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렇게 구매 현장에서 채우지 못한 안전 점검은 동네 약국에 의존해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64.4%가 동네 약국을 찾아 창고형 약국이나 인터넷 등 외부에서 구매한 제품의 복용 방법이나 병용 가능 여부를 문의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1~2회 문의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59.3%, 3회 이상 있다는 응답이 5.1%였다. 특히 60대 이상 응답자 중 외부 구매 제품에 대해 동네 약국에 문의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78.5%까지 치솟았다.
경기도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B 약사는 “며칠 전 70대 어르신이 아들이 창고형 약국에서 감기약을 여러 개 사다 줬다며 ‘어떤 것을 먹어야 하느냐’고 물어봐 복용법과 주의사항 등을 알려드렸다”며 “이런 경우가 너무 많다 보니 약사들 사이에선 ‘거 뭐 좀 물어봅시다’란 밈(인터넷 유행)이 돌 정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구매와 상담이 분리되는 양상은 유통 시장의 ‘쇼루밍(Showrooming)’ 현상과 닮았다. 소비자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보고 실제 구매는 저렴한 온라인에서 하듯, 창고형 약국에서 약을 산 뒤 부작용이나 병용 가능성 등 상담은 접근성이 좋은 동네 약국에서 해결하는 식이다.
박현진 약준모 회장은 “쇼루밍 현상이 심화하면 결국 판매 중심 업체만 남게 된다”며 “진료는 안 하고 시술만 하는 피부과가 많아지는 것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약국은 단순한 유통 채널이 아닌 보건의료 안전망의 한 축을 담당하는 만큼 창고형 약국도 의약품 오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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