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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마그라구입 중 CXMT 상장 코앞…반도체 판도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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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진숭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6-06-1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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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마그라구입 미 ‘군사기업’ 지정돼 공급망서 배제…한국보다 기술력 뒤처져‘실탄’ 확보 땐 메모리 생산 확대 등 ‘공격적 투자’로 추격 전망D램 시장 입지 확장세…“당장 타격 없지만 기술 초격차 유지를”
중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업체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의 기업공개(IPO)가 임박해지면서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반도체 산업 판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아직은 한국 기업들이 고사양 D램·고대역폭메모리(HBM) 등에서 기술적 우위를 누리고 있는 데다, CXMT가 최근 미 국방부의 ‘군사기업’ 지정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에서 사실상 배제됐기 때문에 당장 한국 메모리반도체의 위상에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상장 이후 CXMT가 대규모 자본을 앞세워 한국 기업들을 맹추격하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 전반이 급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CXMT는 이달 중 상하이 증시(스타마켓) 상장을 완료할 것으로 전망된다. CXMT는 지난달 말 IPO 심의를 통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등록 승인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IPO 조달 금액이 295억위안(약 6조7200억원)에 달하는 CXMT의 상장은 중국 메모리 산업에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평가된다. CXMT는 IPO 공모 자금 중 약 130억위안은 D램 기술 업그레이드에, 90억위안은 HBM 등 차세대 메모리 기술 개발에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낸드플래시 업체 YMTC(양쯔메모리)도 올해 안에 상장을 앞두고 있다. CXMT·YMTC 상장이 개별 회사를 넘어 “중국 반도체업계 전반에 대한 낙수효과”(키움증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CXMT의 D램은 아직 기술 경쟁력 면에선 한국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제품에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이날 보고서에서 “CXMT 상장이 경쟁 심화 우려를 자극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D램 3사의 기술 경쟁력과 시장 지배력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고성능 AI 메모리 시장에서 CXMT의 D램이 기술력이나 속도, 전력 효율, 빅테크 인증 등의 측면에서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미 국방부가 8일(현지시간) 국방수권법(NDAA) 제1260H조에 따른 ‘중국 군사기업’ 명단에 CXMT·YMTC를 포함시킨 것도 글로벌 공급망에서 사실상 퇴출되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들로선 간접적으로 중국 공세를 따돌릴 시간을 버는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CXMT가 상장으로 대규모 투자를 위한 ‘실탄’을 확보하면 더욱 공세적으로 메모리 생산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여,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CXMT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HBM 등 AI용 고사양 메모리에 집중하는 사이 범용 D램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CXMT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배 이상 상승했고, 순이익도 무려 17배 급증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HBM의 경우 기술 격차가 3년 정도라고 하지만 중국이 범용 제품에서부터 과감한 투자로 기술 전환과 양산을 빠르게 진행한다는 점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반도체 미세공정 개발을 계속하면서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범용 메모리에서 중국의 공세가 계속되면 수년 내로 한국 기업들이 따라잡힐 수도 있다”면서 “메모리 외에도 파운드리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곰이 도심 한복판에 출몰하는 일이 더 이상 낯선 뉴스가 아니다. 지난 8일에는 도치기현 우쓰노미야시 역전 상점가에 곰이 나타나 소동이 벌어졌다. 아키타·이와테·후쿠시마·나가노·히로시마는 물론 도쿄 인근에서도 곰 목격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곰만이 아니다. 멧돼지와 사슴 등 대형 야생동물 역시 최근 수년간 도심 출몰 빈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일본만의 현상도 아니다. 미국, 유럽, 인도, 중국 등 세계 곳곳에서 야생동물이 인간의 생활권 깊숙이 들어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일본의 산림 저널리스트 다나카 아쓰오는 최근 일본 매체 기고문에서 이 현상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목했다. 그의 주장은 단순한 추측만은 아니다. 실제로 국제 공동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3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 ‘코로나19 봉쇄 기간 육상 포유류의 행동 반응’에 따르면,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학교 생태학자 말리 터커 연구팀은 전 세계 43종, 2300여 마리 야생 포유류의 GPS 이동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2020년 코로나 봉쇄 기간과 2019년 같은 시기를 비교한 결과, 강력한 봉쇄가 시행된 지역에서 야생동물의 10일 이동거리가 최대 73% 증가했으며, 도로와의 거리는 평균 36% 가까워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사람이 거리에서 사라지면서 동물들이 기존에 위험하다고 인식하던 공간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인간 활동이 활발했던 지역일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실제로 팬데믹 당시 전 세계에서는 이른바 ‘동물들의 역습’ 같은 장면들이 잇따라 목격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코요테가 도심 거리를 활보했고, 칠레 산티아고에서는 퓨마가 시내에 출현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멧돼지가 주택가를 돌아다녔고, 인도와 중국에서는 코끼리 떼가 인간 거주지 인근까지 이동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만으로 최근의 도심 출몰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고 본다. 야생동물 개체 수 증가도 중요한 원인이다. 세계 각국이 자연보호 정책을 강화하면서 일부 대형 포유류 개체 수는 과거보다 늘어났다. 개체 수가 증가하면 새로운 서식지와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개체도 자연스럽게 많아진다.
여기에 도시 환경 자체가 야생동물에게 예상보다 매력적인 공간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농작물과 음식물 쓰레기, 가공식품 등 먹이가 풍부하고, 공원·녹지·빈집 같은 은신처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인간이 야생동물을 적극적으로 쫓아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 생태학계에서는 동물의 행동을 이해하는 개념으로 ‘공포의 생태학’이 주목받고 있다. 동물은 먹이나 번식 기회뿐 아니라 위험을 얼마나 느끼는지에 따라 행동을 결정한다는 이론이다. 인간의 활동이 일시적으로 감소했던 팬데믹 시기, 동물들은 도시를 이전보다 덜 위협적인 공간으로 학습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나카는 “한 번 도시로 들어온 야생동물은 그 경험을 기억하고 다시 도시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인간이 사라졌던 몇 년의 경험이 야생동물의 행동 지도를 바꿔놓았을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오늘날 도심에서 곰과 멧돼지, 사슴을 마주치는 현상은 단순히 동물이 늘어났기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사건이 인간과 야생동물 사이의 심리적 경계선을 흔들어 놓았고, 그 결과 동물들은 도시를 새로운 서식지 후보로 인식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단순한 출몰 증가가 아니다. 팬데믹 이후 야생동물들이 인간을 얼마나 덜 두려워하게 됐는가 하는 변화다.
2억1000만원의 잔금 때문에 15년 동안 53개의 소송을 벌인 사람이 있다. 일산의 000 아파트 입주자인 이종수씨(66)다.
15년 전 그는 제값 주고 제대로 된 아파트를 제때 받고 싶었던 평범한 입주 예정자였다.
그러나 이 평범한 바람을 위해 시행사, 시공사는 물론 지자체, 은행들, 국세청과도 싸워야 했다.
그들이 법을 어긴 건 아니었다. 시행사는 과대광고를 했을 뿐 계약은 ‘유효’했다. 시공사는 부실하게 공사했지만 사용승인은 받았다. 지자체는 합법적인 ‘임시’ 사용승인 조치를 한 것이고, 은행은 빌려준 돈을 받으려 했을 뿐이다. 국세청의 세금 부과는 국가 운영을 위한 직무다.
그런데 그 ‘합법’들이 모이자 분양 사업의 모든 리스크를 입주자들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사업은 그들이 했는데 잘못되면 책임은 소비자가 지게 된 것이다.
이상한 ‘합법’에 맞서 그는 ‘법대로’ 투쟁했다. 직장을 잃고 사업을 접고 폐암에 걸려가며 15년 만에 권리를 되찾았다. 입주자가 분양 시스템에 맞서 이긴 “사실상 최초”이다.
그가 ‘2억여 원에 목숨 건 과정’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분양 시장이 어떻게, 그리고 왜 ‘합법적’으로 기울어지는지 살폈다. ‘부동산 공화국’의 진짜 수혜자는 누구이고 피해자는 누구인지도 추적했다.
그가 낸 책 <집으로 가는 먼 길>과 인터뷰, 5박스 분량의 판결문과 소장, 5박스 분량의 기록(내용증명, 최고장, 준비서면, 파산관재인 보고서, 계약서, 합의서, 의견서 등), 전문가 취재 등을 바탕으로 했다.
■아차 속았다…그런데 반품은 불가?
그가 분양 계약을 체결한 건 아파트 입지 근처에 서울을 30분 이내에 갈 수 있는 고속화도로 진입로가 조만간 설치될 예정이라는 광고 때문이었다. 영어 학교가 단지 내에 세워질 것이라는 시행사의 홍보도 컸다. 그래서 주변 시세보다 2배 가까운 분양가를 감수했다.
6차 중도금까지, 대금의 70%를 냈을 때 이 모두가 거짓이라는 걸 알았다. 진입로는 이미 2년 전 계획이 취소됐고, 영어 학교는 애초부터 학원법 위반 사항이었다. ‘속았다’는 생각에 계약을 물리려 했다.
사실상 불가능했다. 계약을 무효로 하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받으려면 계약을 ‘해제’하거나 ‘취소’를 해야 한다.
‘해제’는 유효한 계약을 나중에 없애는 것이다. 기한까지 상대가 계약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통상 ‘해제권’이 생긴다. 즉 입주예정일(아파트 제공 기한)이 3개월 이상 지날 때까지 사용승인(아파트 제공 이행)이 나지 않는 경우에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기한(입주 예정일) 전, 즉 공사 중인 상태에서 해제가 가능한 건 극히 예외적인 경우뿐이다.
그런데 ‘입주예정일이 3개월 이상 지날 때까지 사용승인이 나지 않는 경우’가 흔할까? 그렇지 않다. 대규모 계약해제로 분양 사업 자체가 무너지는 건 지자체도 부담스럽다. 그래서 웬만하면 사용승인을 내주는 편이다. 이씨는 “아파트도 심각한 하자가 무더기로 발생했지만 입주 예정자들의 준공허가 반대 집회를 피해, 기습적으로 임시 사용승인이 이뤄졌다”고 했다.
‘취소’는 애초 계약 자체에 중대한 문제가 있었을 때 가능하다. 그래서 입주 예정일 전에도 가능하다. 하지만 ‘중대한 문제’란 ‘애초 계약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라야 한다. 더구나 진입로나 영어학교는 광고전단에만 있을 뿐 계약서엔 명시되지 않았다. 법원은 대개 “그 조건들이 없었다면 분양 계약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곤 한다.
법은 ‘사적 자치’를 존중한다. 즉 “약속은 ‘중대한 흠’이 없는 이상 지켜져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무르기’가 어려웠다.
■물릴 수 없다면 값이라도 못 깎나?
과대광고였으니 분양가라도 낮출 수는 없을까? 계약 변경은 계약 당사자 쌍방이 동의해야 한다. 상대 당사자인 시행사가 동의해줄 리 없다. 그래서 대개 잔금 납부를 거부하는 식으로 대항하는 입주자들이 많다. 잘 안 통한다.
잔금은 시행사가 아파트를 사실상 넘겨주는 날, 즉 입주예정일(예정일 이후에 준공이 날 경우 준공 시점)에 맞춰 내야 한다. ‘물건이랑 대금을 동시에 교환’하는 것이다. 만약 안 내면 연체가 된다. 이게 시행사의 무기가 된다. 이씨 역시 잔금 거부 투쟁에 나섰지만 시행사로부터 ‘연 16.5% 연체 이자를 부과하고 연체 사실을 금융기관에 통보해 신용 상태를 떨어뜨리겠다’는 경고장을 받았다.
보통 이 단계에서 입주자들은 항복한다. 그러나 이씨는 달랐다. 잔금을 ‘합법적’으로 안 내고 버틸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다.
그는 앞서 입주자들을 규합해 시행사를 상대로 과대광고, 공사 지연, 공사하자 등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시행사와 시공사가 이권 다툼을 하면서 공사가 12개월이나 중단됐고, 입주예정일까지 급하게 공사를 마무리하느라 하자도 대거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손해배상금이 잔금보다 많으니 잔금을 낼 필요가 없다”며 별도의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다.
법원은 소송이 제기되면 양측 주장의 진위를 가려야 한다. 따라서 시행사의 ‘연체’ 주장 역시 판결 전까지는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주장에 불과했다.
결국 ‘주장’을 근거로 연체이자 부과와 연체 사실 통보 등 현실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논리가 가능해졌다. 즉 ‘집행정지’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행사의 압박 카드가 무력화됐다.
이는 다음 승리의 발판이 됐다.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이 끝날 때까지 입주자들은 마음 놓고 잔금을 안 낼 수 있게 됐다. 잔금이 안 들어오니 시행사는 은행에서 빌린 사업자금을 갚을 수가 없게 됐다. 변제 기한은 다가오고 부도 위험이 코앞에 닥치자 시행사는 꼬리를 내렸다.
만약 입주자들이 잔금을 내버렸다면 하자 보수의 요구를 무시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받을 돈 다 받았으니, 하자보증보험 유효 기간만 버티면 될 일이니까.
관련 소송을 다수 진행한 이세찬 변호사(민사·건축법 전문)는 “시행사 측이 관계자를 입주자로 둔갑 시켜 입주자들을 갈라치기하거나 집행부를 차지한 뒤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시간을 끄는 사례를 적잖이 봐왔다”고 했다.
그러나 이씨의 아파트 시행사는 부도를 피하려 입주자들의 하자 보수 요구 등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아파트가 점차 집으로써의 모습을 갖춰갔다.
■특수목적법인(SPC)의 정체
그런데 수조 원 규모의 분양 사업을 하던 시행사가 왜 잔금 몇 푼 못 받는다고 부도 위기에 몰렸을까.
상당수 시행사는 자본금 수억 원 수준의 ‘1회용 법인’인 특수목적법인(SPC)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씨 아파트 시행사의 자본금도 3억원에 불과했다.
건설사들은 별도 SPC를 세워 사업을 맡기고, SPC는 은행에서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받아 공사를 진행한다. 사업이 실패하면 SPC만 파산하고, 모기업은 출자금만 잃으면 된다. 법인은 ‘별도의 인격체’라 모기업은 별도 법인인 SPC의 빚을 대신 갚을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즉 ‘사업 리스크 회피’에 최적화된 사업 모델인 셈이다.
문제는 자본금이 적은 SPC는 입주자들의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은행 빚을 갚아나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씨의 사례처럼 입주자들이 잔금 납부를 거부하면 현금 흐름이 끊기고, 대출금을 못 갚은 시행사는 부도 위기에 몰린다.
실제로 이씨 아파트 시행사도 입주자들에게 “분양가의 7% 정도만 내면 소유권을 넘기겠다”는 합의서까지 써줬다. 그만큼 절박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더 강한 상대를 불러냈다
■ 은행은 단지 빌려준 돈을 잘 받으려 했을 뿐인데…
그러나 이 ‘입주확인서’는 무용지물이 됐다. 시행사가 아파트 소유권을 입주자에게 넘기는 것에 은행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은행은 시행사에 빌려준 돈을 못 돌려받을 경우 시행사의 재산 즉 지어놓은 아파트를 강제로 팔아, 그 돈에서 대출금을 회수해간다.
그러려면 아파트가 입주자 소유로 넘어가면 안 된다. 돈을 빌려준 은행은 돈을 빌려 간 시행사 즉 채무자의 재산만을 강제처분할 수 있다. 채무자가 아닌 입주자에게 아파트의 소유권이 넘어가 버리면 손을 댈 수가 없게 된다.
이 변호사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의 경우 은행이 시행사에 돈을 빌려줄 당시에는 실재하는 담보(건물)가 없어 돈을 떼일 위험이 있다”며 “이 때문에 앞으로 지어질 건물의 소유권을 은행의 동의 없이 입주자에게 넘기지 못하게 하는 조건을 넣어 ‘담보신탁 계약’을 해놓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은행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파산 신청까지 했다. 파산절차에 돌입하면 시행사의 모든 재산은 처분이 금지된다. 아파트 소유권이 입주자에게 넘어가는 것 역시 금지된다.
은행은 예금자 보호를 위해 대출해 준 돈을 성실하게 회수해야 한다. 그리고 이씨의 사례에서도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을 택했다.
비록 그게 입주자들을 ‘깡통 차게 만드는 결과’를 부르더라도 말이다.
■파산제도의 역설
아파트가 강제처분 돼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되면 입주자들은 아파트를 얻을 수 없게 된다. 그럼 시행사는 그간 입주자들이 낸 계약금과 중도금이라도 돌려줘야 한다. 그런데 파산에 돌입하면 그게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많다.
돈이 없는 시행사에 돈을 받아낼 방법은 지어놓은 아파트를 강제로 팔아서 그 돈으로 빚을 받아 가는 것뿐이다. 이는 은행뿐만이 아니다. 입주자도 마찬가지다.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받아야 할 채권자가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입주자가 은행보다 뒷전인 채권자라는 데에 있다. 은행은 시행사에 돈을 빌려줄 당시 ‘우선수익권’, 즉 다른 빚쟁이들보다 ‘먼저 빚 받을 권리’를 확보해 놓는다.
그래서 아파트를 강제처분 한 돈에서 대출금을 먼저 회수해 간다. 그 후 입주자들의 차례다. 그러나 대출금 반환으로 돈이 대부분 빠져나간 뒤라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돌려줄 돈은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경매에서 아파트는 ‘은행 대출금 돌려주고 나면 거의 남는 게 없을 정도의 가격’에 팔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입주자들은 아파트도 못 얻고, 계약금이나 중도금도 못 돌려받는 상황에 처하곤 한다.
파산제도는 보통 약자인 채무자를 위해 강자인 채권자의 돈 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제도다. 그런데 채무자 자리에 ‘시행사’가 들어가고 채권자 자리에 ‘입주자’가 들어가게 되면서 이율배반이 벌어진 셈이다.
■2억원 덜 내려고 시작했다… 다 날릴 판
집도 잃고 돈도 못 받게 생긴 입주자들에게 파산관재인은 “아직 내지 않은 잔금을 내라”는 소송까지 냈다. 10세대 단위로 무려 47개에 달했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다음과 같다.
회사가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 그 회사는 자기의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한다. 그 재산은 빚 갚을 돈을 마련하는 데 쓰여야 하기 때문이다.
빚 갚을 돈을 마련하는 건 법원이 임명한 파산관재인이 맡는다. 회사의 부동산을 팔고, 회사가 다른 사람에게 받아야 할 돈(채권)도 대신 받아낸다. 그래야 파산한 회사에 돈을 빌려줬던 이들에게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산한 회사(시행사)가 입주자에게 받아야 했을 돈, 즉 잔금을 내놓으라고 소송을 낸 것이다.
이씨는 또 한 번 ‘잔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전략을 구사했다. 앞서 첫 번째의 경우는 ‘손해배상금과 맞바꾸자’는 취지였지만, 이번에는 ‘계약이 이미 해제됐으니 잔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취지였다.
이씨는 앞서 파산 직전의 시행사에 ‘계약해제 확인서’를 받아놨었다. 은행들의 파산 신청 철회를 압박하는 입주자 시위를 열어주는 조건으로, 파산이 불가피해질 경우를 대비한 안전장치를 얻어낸 것이다.
‘신의 한 수’였다. 이씨와 입주자들은 이를 근거로 ‘계약이 사실 해제된 상태’라는 주장을 했다. ‘계약해제 확인 소송’을 파산관재인을 상대로 낸 것이다.
‘계약해제 확인 소송’이 승소하면서 “계약이 없어졌다. 그러니 잔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항변이 가능해졌다. 이를 무기로 파산관재인이 걸어온 잔금청구 소송 47건에 맞섰다.
기사회생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했다. 계약이 해제됐으니 입주자는 아파트를 돌려줘야 한다. 즉 아파트를 못 얻는다. 대신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받아야 하지만 은행이 먼저 대출금을 가져가고 나면 입주자가 돌려받을 돈은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큰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결국 집도 잃고 돈도 못 돌려받는 상황은 여전했다.
■국세청, 울고 싶은 놈 뺨 때리다
그 와중에 갑자기 국세청이 아파트 전체를 압류했다. 아파트 전체에 종부세 74억원을 부과하면서, 세금을 못 받으면 아파트를 강제처분해 세금 대신 가져가려 조처를 한 것이다.
원래 분양이 안 된 아파트엔 5년간은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안 그러면 아직 아파트 전체를 갖고 있는 사업체가 수백 채의 아파트에 대한 종부세를 해마다 물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끝도 없는 소송전으로 5년이 훌쩍 지난 것이다.
아파트를 국세청이 압류하면서 이젠 은행들이 입주자에게 아파트 소유권을 넘겨주겠다고 동의를 해주더라도 입주자들은 아파트를 받을 수가 없게 돼버렸다. 압류된 재산은 소유권 이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종부세를 내야 압류를 풀 수 있다.
종부세는 1년 단위로 부과된다. 해가 지날수록 내야 할 세금이 두 배, 세 배, 네 배가 된다는 얘기다.
빨리 해결해야 했다. 그런데 누가 내야 하나? 은행은 돈만 빌려줬다. 입주자는 아직 아파트 소유자가 아니다. 신탁사는 시행사로부터 아파트 소유권을 맡아 관리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시행사는 파산했다. 이 역시 결국 아파트를 판 돈에서 부담해야 할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이는 은행마저도 대출금을 못 돌려받을 상황이 됐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파트를 팔아도 그 돈에서 국세청의 세금이 먼저 빠져나간다. 조세채권은 일반채권에 우선하기 때문이다. 결국 종부세 몇년치가 빠져나가고 나면 입주자들의 계약금·중도금은 물론 은행 대출금을 돌려줄 돈 조차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제 이씨에게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종부세가 또 부과되기 전에 파산한 회사의 남은 재산으로 종부세를 납부해 아파트에 대한 압류를 풀고, 입주자는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받기를 포기하는 대신, 아파트를 넘겨받는 방법’ 뿐이었다.
그러나 은행들은 이 제안에 시큰둥했다. 어차피 대출금을 못 돌려받는 것은 매한가지였기 때문이다.
■기울어진 ‘아파트 쟁탈전’서 ‘다윗’의 기적
이씨는 파산 절차가 시작된 이후의 모든 기록을 뒤졌다. 그러다 파산관재인이 당초 시행사가 시공사에서 받아냈어야 할 공사 지연 보상금을 받아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배임 소지가 있는 행위였다. 파산관재인은 파산회사의 채권을 성실히 회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입주자들에겐 잔금을 받아내려 47개의 소송까지 낸 것이다. 그런데 정작 시공사에 받아내야 할 돈에 대해서는 회수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이를 파산재판부에 호소했다. 파산관재인에 대한 지휘권을 가진 파산재판부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절규’ 했다.
15년간 투쟁 끝에 모든 것을 잃을 수밖에 없는 입주자들의 처지도 호소했다.
파산재판부가 중재에 나섰다. ‘파산 회사의 남은 재산으로 종부세를 내서 아파트 압류를 풀고, 그래서 입주자에게 소유권을 넘긴다. 대신 입주자는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받지 않는다. 미납된 잔금을 내지 않는 대신 손해배상금을 포기한다’는 조건으로 최종 합의가 이뤄졌다.
그렇게 이씨와 입주자들은 잔금 납부 없이 하자가 보수된 아파트를 얻게 되었다. 15년의 싸움은 그렇게 입주자들의 ‘승리’로 끝이 났다. 비록 상처뿐일지라도...
박준선 변호사는 “이 사람들은 강남 한복판의 고가 아파트를 산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강북도 아닌 경기도 쪽에 내 집 한 채 마련해보겠다고 평생 모은 월급, 논밭을 판 돈 등에 감당하기 버거운 대출까지 쏟아부었다”고 했다.
■사업자가 아닌 소비자가 ‘사업 리스크’를 진다
그와 입주자들은 은행, 국세청이 벌이던 ‘아파트 쟁탈전’에 무모하게 뛰어든 셈이었다.
모기업은 시행사로 내세울 별도 법인, 즉 SPC를 설립하면서 자본금을 많이 투여하지 않는다. 파산하면 사라질 테니까. 그래서 시행사(SPC)는 입주예정자들에게 받는 대금으로 빚을 갚아나갈 수밖에 없고, 이 현금 흐름이 막히는 순간 파산하곤 한다.
이때부터 ‘아파트 쟁탈전’이 시작된다. 돈 없는 시행사에게 돈이 될만한 건 지어놓은 아파트밖에 없다. 은행은 빌려준 돈을 받으려고, 국세청은 미납세금을 받아내려고 아파트를 압류, 즉 붙잡는다.
미분양 사태의 경우 대개 은행이 손실을 떠안는다. 경매에 넘겨도 안 팔리긴 마찬가지라 빚을 못 돌려받고, 은행에 부실이 초래된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은행 부실 우려가 커졌다는 보도가 종종 나오는 이유다.
팔리는 아파트의 경우에는 이씨처럼 입주예정자들이 ‘쟁탈전’에 끼게 된다.
은행은 ‘우선수익권’을 통해 입주 예정자들보다 먼저 빚을 받아간다. 국세청은 국가 운영자금이라는 세금의 공공성 때문에 ‘조세채권이 일반채권에 우선한다’는 법 조항을 무기로 삼는다.
그러나 입주 예정자들은 아무런 무기도, 장치도 없다. 분양대금의 70%에 달하는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받을 권리, 즉 가장 많은 채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은행의 대출채권과 국세청의 조세채권보다 순위가 밀린다. 그래서 아파트도 잃고 이미 낸 돈도 못 돌려받곤 한다.
사업이 실패하면 사업자가 책임을 지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이 바닥에선 사업이 망하면 소비자가 책임을 지는 게 상식인 셈이다.
■‘이종수’라서 가능했는데…그게 문제다
이씨는 “한국전쟁 이후 사람들이 살 집을 대량으로 공급해야 했던 시절, 정부는 사업자들이 주택 건설에 뛰어들게 하려고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1회용 법인을 이용한 선분양제라는 세계 유례를 찾기 힘든 제도가 등장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구시대의 제도가 이제는 건설사들이 빚잔치를 벌여 무모한 건설 사업을 벌이고도 책임은 지지 않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사업’을 하는 토대로 악용된다”며 “그 리스크를 애먼 소비자 즉 입주자들이 떠안고 있다”고 했다.
그는 후분양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그 전이라도 지자체의 책임 있는 사업인가와 준공검사, 은행의 무분별한 PF 대출 규제, SPC를 이용한 리스크 전가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때 국회의원이기도 했던 박 변호사는 “낡은 제도가 존속할 수 있었던 데에는 부동산 개발을 경기 부양책으로 삼던 역대 정부의 책임도 있다”며 “이는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초래했다”고 했다. 이어 “책임이 있는 곳에 품질이 있다”며 “부양책이나 투기수단으로 악용되는 제도가 아닌, 소비자들이 살 집을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데 국토교통부 등 주무 부처와 국회 등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입주자가 분양 시스템에 맞서 이긴 건 알려진 바로는 이씨의 사례가 사실상 최초이다. 의미 있다. 그러나 마지막 사례일 것이라는 점은 씁쓸하다.
이종수가 아니면 불가능할 테니까. 이종수가 아닌 사람도 권리를 지킬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종수씨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면 아래 기사를 참조하세요.
15년간 53개의 소송···분양시스템을 “최초”로 이긴 입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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