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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미·중 갈등 속 ‘5년의 숨구멍’…다음 총선 전 대전환 ‘1년의 창’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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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진숭
댓글 0건 조회 57회 작성일 26-05-1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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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2020년 21대 총선 후 정치를 떠났다. ‘다당제 연합정치’를 통해 정치의 미래를 바꿔보고자 했지만 실패했으니 책임을 진다는 이유였다. 이후 문재인·윤석열 정부와 두 차례 대선 당시 캠프들에서 입각이나 영입 제안이 있었지만 일절 응하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조언하는 헌법기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 돌아오자 두 가지 궁금증이 떠올랐다. 무엇이 그를 움직이게 했고, 이 대통령은 이 인사를 통해 어떤 ‘실용’ 철학을 보여주려 한 것인가. 지난달 9일 이 대통령이 참석한 자문회의 첫 전체회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문제나 성장을 위한 제안들이 나온 그 회의를 두고 보수진영은 진보나 여권에서 좀체 꺼내지 못한 ‘의미 있는 제언’이라고 호평했다.
김 부의장을 지난 10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김 부의장은 지금 한국의 상황을 “절체절명의 시간”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정부 출범 이후 자유무역과 규칙에 기반한 국제 정치·경제·안보 질서는 붕괴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가져올 인류사적 전환도 목전이다. 그는 경제와 안보를 더 이상 따로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고 했다. 김 부의장은 “5년의 숨구멍과 1년의 대전환 창이 열려 있다”면서 지금의 위기를 과감한 구조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 사회가 과거 성공을 가져온 익숙한 관행과 결별하고 혁신을 통한 ‘성장다운 성장’, ‘포용다운 포용’을 위한 사회적 연대, 경제안보 역량 확충의 ‘세 축’으로 이 위기에 응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를 위해 정치가 길을 열기를 당부했다. 내란의 상처가 아물면 적대를 넘어 “시대적 과제를 함께 해결하는 그런 정치로 바뀌면 좋겠다”고 했다.
-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기용하자 ‘탕평’이란 평가들이 나왔습니다.
“지금도 정확한 스토리는 모릅니다. 다만 이래저래 조금 확인이 되는 건 인사의 폭을 넓히고 통합적인 인사를 해보고 싶어 한다는 거였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여기는 정부 부처와는 다른 얘기들, 또 어떤 경우 쓴소리도 해야 하는 헌법상 자문기구니까 여러 분이 추천한 것 같습니다. 조금 이례적인 건 대통령이 저하고 일면식이 없거든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경우도 이명박 정부 국제경제비서관을 했기 때문에 발탁 안 할 수도 있겠다 생각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당시로는 가장 유능하고 국제적으로도 존재감 있는 분이어서 후임 총재로 원픽이었는데 그냥 딱 선택하더라고요.”
- 이전 정부에서도 입각 제안을 한 것으로 압니다. 이재명 정부 제안을 수용하신 이유가 따로 있습니까.
“대한민국이 직면한 현실에 대한 인식이 좀 작용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지금 대한민국에 5년의 숨구멍, 1년의 대전환의 창이 열려 있다고 생각해요. 중국에 다 따라잡혀서 우리 제조업이 미래를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갔는데, 미·중 갈등 과정에서 미국이 중국의 추격을 방파제처럼 막아주는 역할을 하게 됐고 5년의 숨구멍이 열렸습니다. 이 기회에 경제를 대전환해 체질을 개선하고 체력도 강화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근본적 체질 개선이나 구조개혁은 이번 지방선거 끝나고 다음 총선이 오기 전 1년 정도가 유일한 모멘텀입니다. 경제 대전환에 작은 기여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차에 대통령이 일면식도 없는 저를 발탁하려는 의지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이 직면한 경제 현실 고민다른 목소리 낼 수 있을 것 같아이재명 정부서 작은 기여 결심
경제정책 과제, 이념보다 실용전 정부와는 다른 유연한 대응다만 ‘실용의 방향성’은 숙제
실질적인 성장·포용·경제안보3대 축 기반으로 위기에 맞서야특히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 등정치가 새로운 미래 열어주길
- 자문회의 1차 전체회의가 그런 고민이 담긴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저대로 그런 문제의식을 담아 ‘익숙한 것으로부터 결별할 때다. 대한민국은 유연전환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얼핏 느끼기에는 이재명 대통령도 이제 뭔가 중장기적인 경제정책의 기조·전략을 정립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후문에는 대통령이 직접 ‘비상경제 대응과 지속 성장의 과제’라는 제목을 정하셨다고 해요. 그동안은 긴급한 현안 대응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 비상한 시기에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경제 체질 개선, 대전환 준비를 해보자는 문제의식을 갖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기존 정부 부처 견해와 다르더라도 각자 전문성에 맞는 얘기를 마음껏 하도록 그날 해줬거든요.”
- 전체회의 발표나 토론 내용을 보면 이 대통령이나 여권의 기조와는 다른 부분도 많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빛과 그림자, 윤석열 정부가 했던 거친 정책들의 교훈 위에 서 있습니다. 대통령이 그 점은 정말 예리하고도 유연하게 다음 단계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게 좀 이념적 지향성을 가지면서 실제 경제정책으로 작동하진 못하고 논란은 엄청나게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런 게 있으니 이 대통령은 성장을 중시해야 한다, 그래서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쪽으로 해보자 이건 확고한 것 같아요. 그다음에 서민을 위한다지만 결과가 서민한테 안 좋은 걸 하기보다 소득이나 기회 면에서나 계기를 자꾸 열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나친 감세라든가, 부동산 규제를 확 다 풀어버린다든가 하면서 경제정책에 서민은 아예 없었잖아요.”
- 경제정책 면에서 이전 정부와 차별점이 확실히 있다는 것이죠.
“이념적 접근보다 현재 요구되는 경제정책 과제를 놓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건 확실합니다. 이 대통령이 불안정 노동자의 어려움은 해결해주면서 유연성도 좀 확보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를 여러 차례 하고 있잖아요. 이재명 정부는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노력을 열심히 하자는 측면에선 문재인 정부랑 다르면서도, 모두를 위한 성장이 되도록 분배나 사회적 안전망을 체계적으로 접근하자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나름의 균형점을 갖고 있고, 이 점에서는 굉장히 차별성이 있습니다. 다만 남은 숙제는 ‘실용적인 것까지는 좋은데, 아무리 실용이라도 방향성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하는 건데 대한민국 모두에게 주어져 있는 숙제입니다.”
- 정권 초기고 대통령 지지율이 높은 자신감이 맞물려 가능한 실용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혁신경제로 가야 한다고 다들 말을 하는데 이 혁신경제라는 게 사람 잡는 겁니다. 끊임없이 기존 틀을 깨면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걸 의미하거든요. 인공지능 전환이 왜 잘 안됩니까? AI를 기업 조립라인에 갖다 붙인다고 AI시대가 되는 게 아닙니다. 일하는 방식, 조직하는 방식, 의사결정하는 방식 모든 걸 바꾸라고 요구하는 게 AI 전환입니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손해가 되면 안 하려고 그러잖아요. 숙련공의 숙련 자체를 데이터로 전환해보려 하니까 ‘그러면 데이터만 뺏어가고 해고할 거 아니냐’고 합니다. 말로만 인공지능 전환할 일이 아니라 여기에 따르는 사회적 합의와 청사진이 필요합니다.”
- 정규직도 불안한 AI시대에 노동자들이 유연화를 걱정하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요.
“이제 세금을 어느 수준으로 걷고 복지와 사회적 안전망을 어느 정도로 넓히면서 노동시장을 좀 유연하게 갈 거냐 하는 문제가 다 연결돼 있습니다. 그냥 유연화만 해라, 보호만 하자 이런 식의 논쟁은 무의미하다는 거 지난 수십년간 겪어봤지 않습니까? 이 세 축을 함께 합의를 봐야 됩니다.”
- 자문회의나 김 부의장의 역할이 여권에서 다른 그런 목소리를 내는 거로 봐도 될까요.
“대통령은 정부 부처나 국책연구기관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보고를 받지 않습니까? 그런데 굳이 헌법기관으로 국민경제자문회의를 둔 이유는 민간의 견해라든가, 다른 전문가의 견해, 혹은 좀 의견이 다른 그룹의 지혜까지도 자문해 대통령이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일 겁니다. 그런 역할을,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조금씩 해나가려고 합니다.”
- 김 부의장은 ‘성장다운 성장, 포용다운 포용’을 이야기합니다. 사실 악마는 디테일에 있습니다.
“이 시점에 특히 중요한 건 인적 투자입니다. 기술이 급변하는 시대여서 이젠 평생직장을 하고 싶어도 못합니다. 옛날처럼 서너 달짜리 직업훈련해서 현장에 재투입될 수 있는 시대가 아닙니다. 최소 1년 길게는 2년 이상 직업훈련과 평생교육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지금 국민내일배움카드 제도라고 있습니다. 학원 수강료 등을 지원해준다는 거죠. 한 몇개월 해서 해결될 것 같으면 이렇게 해도 되죠. 근데 1년, 2년이 필요하면 먹고살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1년도 좋고 2년도 좋고 중위소득의 일정 수준을 보장받는 생애계좌 제도를 도입했으면 합니다. 평생 기본소득은 좀 먼 얘기니까요. 일부 유럽 국가에서 하는 사회적 인출권 제도랑 비슷한 겁니다. 족보가 있습니다.”
- ‘포용다운 포용’이 정규직 노조만의 과제는 아니지 않을까요. 약자들이 조직되지 않은 게 더 문제 아닐까요.
“목소리 크고 조직력이 센 쪽이 지금까지는 성과를 많이 가져가는 구조였습니다. 지금 목소리가 약한 쪽을 제대로 포용하는 게 과거 노사관계에서 근로자한테 좀 잘해주자는 것과는 다른 관점입니다. 약한 노동자들 힘을 키워주려면요, 조직이 잘된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의식이 절실합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고 있지 않습니까? 원리대로 잘되고 있는 것 같습니까? 회사도 요리 빼고 저리 빼고, 원청 노동조합은 하청과 교섭하면서 자기들 몫이 줄어들까봐 경영진에게 태클을 하나씩 걸어놓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1·2차 대전 때 수천만명이 죽고 나서 산업별 노조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1987년 민주화 이후 노동운동이 본격화됐기 때문에 파업이 가능한 대규모 사업장 중심으로 임금 체계가 재정리된 거죠. 그러니까 유럽 산업별 노조가 가졌던 숙련도 중심의 균등화·유연화 원리가 작용이 안 된 겁니다.”
- 유연전환이 규제 완화 등 전반적인 사회 유연화를 강조하는 것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그동안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경직화된 구조들이 있습니다. 기업도 노동계도 그런 부분들은 유연하게 바뀌어야 합니다. 가령 산업의 유연전환 이런 거는 다 동의해요. 잘 팔릴 수 있는 물건으로 미래에도 시장을 석권할 수 있도록 산업의 품목과 기술의 성격을 바꿔야 하잖아요. 노동의 유연성 문제인데, 노동의 유연성만 갖고 따로 접근하면 우리 사회가 유연전환 능력을 갖추기보다 실랑이하다가 끝날 거라고 봅니다. 조세 부담을 어느 정도 할지, 복지와 안전망은 어느 정도로 갖출지와 노동시장 유연성을 함께 이야기해야 합니다. 생애계좌로 기본소득을 한 1~2년 적용해보자는 제안도 그런 차원입니다.”
- 대전환을 위해선 결국 사회적 합의밖에는 없는 건가요.
“모든 걸 사회적으로 합의해야 한다면 그 또한 책임을 미루는 겁니다. 정권을 가진 쪽에 보다 1차적인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봐야 될 것 같고요. 그다음에 정치권이 중요해요. 정치권이 자꾸 사회적 합의로 미루지 말고 조금 방향성만 잡아주면 사회적 합의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사회적 합의 모델이 통했어요. 엄청난 위기가 닥치니까 노사정이 나름 타협을 합니다. 그때가 급성질환이라면 지금은 만성질환입니다. 그러니까 ‘개혁 좋은데, 내 거는 건드리지 마’ 이런 분위기고요. 이게 앞으로 우리 발목을 잡을 거예요. 결국은 정치가 종합적으로 예술적으로 풀어야 합니다. 단순히 주고받기가 아니라, 어떤 비전에 대한 공유와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가면서 해야 합니다.”
- 지금 우리 정치가 그런 역량이나 문화를 갖고 있을까요.
“소원이 있다면 우리 광장의 시민들이 노벨 평화상을 받는 거, 지방선거 이후 1년 정도 구조개혁의 창이 열린 동안 경제 대전환의 모멘텀을 만드는 겁니다. 국민의힘은 그런 의미에서 깊은 각성을 해야 됩니다. 무장을 한 위로부터의 내란은 국가폭력이잖아요. 여기에서는 민주공화국을 얘기할 수가 없습니다. 제발 국민의힘은 이 당연한 얘기를 환골탈태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러지 않은 상태에서 여권에 정치적으로 타협하고 협력하라고 요구를 해봐야 국민이 못 받아들이는데 의미가 있겠습니까. 보수정치에 혁명적인 대개편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보수정치도 사는 길이고, 굵직한 국가적 과제들에 대한 정치권의 합의 내지 협의도 한 발짝 진척이 가능합니다.”
- 보수정당이 제대로 서지 않으면 진전되기 어렵다는 진단으로 들립니다.
“민주공화국을 지키고자 했던 분들만이 포용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위로부터의 내란이 다시는 불가능하도록 정비가 이루어지고 나면, 민주·공화를 지켰던 광장의 시민들이 극단 세력을 제외하고는 함께 머리를 맞대 대한민국 미래를 논의할 마음의 준비는 가졌으면 합니다. 내부의 논란이 종식되고 더 큰 사회적·국민적 통합력이 발휘되는 계기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거죠. 이런 측면에선 여당도 내부 권력투쟁으로 간다면 내란 극복 의미라든가, 그동안 이재명 정부의 기민하고 유연한 현안 대응 의미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 국민의힘의 퇴행 원인은 무엇입니까. 단순히 장동혁 대표 문제입니까, 구성원들의 문제인 겁니까.
“당이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배제하는 쪽으로 온 것이지 않습니까? 예전에는 개혁파도 소장파도 있었고 시장경제를 존중하면서도 복지는 강화하자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 이들이 다 쫓겨나거나 배제되거나 하면서 민주주의의 왜소화라고 할까, 세력과 정책의 지평이 껍데기만 남는 방향으로 온 겁니다. 국민의힘이 잘 봐야 되는 게 수도권 상황이에요. 수도권이 자신들 정치적 기반으로부터 떠난 상황에선 소선거구제가 무덤이라는 걸 알아야 하는데 그걸 깨닫지도 못해요. 수도권 선거구별로 5~8%포인트 차로 지고도 120여개 의석 중 국민의힘은 20석밖에 못 갖습니다. 이걸 왜 못 고치느냐, 특정 지역 헤게모니 때문인 건 다 아는 거잖아요.”
인터뷰를 마무리할 즈음 김 부의장은 “꼭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청년’에 관한 이야기였다.
“올해 1분기 경제가 전기 대비 무려 1.7% 성장했어요. 전년 동기 대비론 3.6%나 성장했습니다. 무역도 수출도 증시도 이런 지표들은 다 좋아졌잖아요. 그런데 기뻐할 수가 없습니다. 1분기 청년 실업률이 최근 들어 가장 높은 7.4%입니다. 근데 이거도 허수예요. 실제로는 더 심각합니다. 확장 실업률은 17~20% 안팎일 거예요. 이 부분에 정부와 정치권이 보다 집중해야 합니다. 청년세대의 정치적 대표성도 문제입니다. 15대 총선부터 통계를 보면 국회의원 중 20~30대 비율이 149개국 중 최하위권입니다. 여든 야든 청년을 비례적으로 대표하는 것에 실패했고, 의도적으로 억눌러왔습니다. 정당들이 함께 노력해 공공 정책에 청년들의 대표성과 프리즘이 작동되게 하는 게 경제 측면에서도 미래 지향적 정치를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 청년세대의 대표성이 높아지면 정치가 좀 바뀔까요. ‘반전’을 오래 하셨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정치가 달라질 거라 생각합니다. 젊은 세대들도 정치적 기회를 달라고 요구만 하는 건 큰 설득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미래세대다운 정치적 비전과 정책 대안을 가지고 국민과 소통하면서 스스로를 검증해야 합니다. 혼자 이래저래 공천받기 위해 왔다갔다 하는 것보다 집단적인 정치 주체 형성을 위한 노력이 있으면 좋겠어요.”
- 자문회의 부의장을 계기로 정치에 복귀할 뜻은 없습니까.
“전혀 없어요. 왜냐하면 정치는 남을 당선시켜줄 수 있는 역량이 있을 때 해야 해요. 자기 혼자 아등바등하고, 의정활동 좀 잘한다는 것으로 정치 오래 할 생각 하면 안 됩니다. ‘5년의 숨구멍, 1년의 창’ 모두 딱 시민으로서의 바람인 것이고, 정치는 더 이상 하기 어렵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통의동 아트스페이스3. 서용선 작가의 ‘단종 그림’이 걸려 있는 갤러리 가운데에는 야마하 그랜드피아노가 뚜껑이 닫힌 채 놓여 있었다. 무대로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과 비올리스트 이한나가 걸어나와 선 채로 모차르트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2중주 1번을 연주했다.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이들이 퇴장하자 스태프들이 의자 2개를 갖고 나와 자리를 만들고 피아노 뚜껑을 열었다. 피아니스트 문지영과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첼리스트 강승민이 등장해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이들은 눈빛을 주고받은 뒤 연주를 시작했다.
지난달 21일 개막해 이달 3일 막을 내린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를 보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연주자들이 다 같이 서서 연주할 때가 있는가 하면 또 어떨 때는 앉아서 연주한다.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첼로가 있고 없고의 차이일까. 그러고 보니 첼로가 함께 등장하는 무대는 대체로 연주자들이 앉아서 하모니를 맞췄다.
21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개막공연에선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등 목관악기 연주자들이 모두 선 채로 생상스의 곡을 연주했다. 27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선 5명의 관악기 연주자들이 앉아서 폴 유온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날 무대에 올랐던 관악기는 오보에와 클라리넷, 플루트, 호른, 그리고 바순이었다. 바순 역시 구조와 주법상 대체로 앉아서 연주해야 하는 악기이다보니 이날 다른 악기 연주자들도 함께 앉아 호흡을 맞췄다. 그렇다면 앉아서 연주해야만 하는 악기가 있고 없고에 따라 다른 연주자들의 자세도 정해지는 걸까.
정답은 없다. 실내악 무대의 의자는 악보에 적힌 규칙이 아니라 연주자들의 선택에 가깝다. 지휘자가 없는 실내악에선 연주자들이 서로를 보며 호흡을 맞추는 일이 중요하다. 누가 숨을 먼저 들이쉬는지, 누가 활을 먼저 움직이는지, 누가 고개를 들어 시작 신호를 보내는지가 음악의 출발점이 된다. 앉고 서는 문제는 연주자들이 눈높이와 몸의 신호, 연주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실용적 선택인 셈이다.
앉아서 연주하면 안정감이 있지만 몸의 반경은 줄어든다. 연주자 수가 많아지는 무대는 공간의 한계 때문에 앉을 수밖에 없다. 서서 연주하면 몸을 더 크게 쓸 수 있어 표현이 자유로워진다. 관람객 입장에서도 서서 하는 연주가 훨씬 박진감 있게 보인다. 27일 무대에서 서서 연주했던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의 몸짓은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활의 움직임뿐 아니라 허리와 무릎에까지 음악이 실려 있는 듯했다.
미국의 대표적 실내악단으로 명성을 날렸던 에머슨 현악 4중주단(2023년 해단)은 2002년부터 이 같은 관습을 비틀어 화제가 됐다. 첼로만 높은 단 위에 앉고 바이올리니스트와 비올리스트는 서서 연주했다. 이 악단의 바이올리니스트 필립 세처가 2009년 바이올리니스트닷컴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꽤 현실적으로 설명했다. “우리 모두 키가 큰 편인데 낮은 의자가 불편했어요. 활이 무릎에 닿아 다리를 뒤로 빼고 의자 밑에 넣어야 할 때도 있었고요. 불편한 이유가 정말 많았어요. 벌써 7년째 이렇게(서서) 하고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왜 진작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유럽연합(EU)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폭력을 행사한 이스라엘 정착민에 대한 제재에 전원 합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11일(현지시간) “EU 외무장관들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해당 제재안을 승인했다”며 “가자 사태 최고조 이후 EU가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 조치를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킨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앞서 EU 행정부 격인 유럽위원회는 지난해 제재안을 제안했으나, 헝가리 등 일부 회원국의 반대로 만장일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번번이 무산됐다. 그런데 최근 헝가리의 정권 교체로 수개월간 지속된 교착 상태가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유럽위원회는 이스라엘과의 무역협정 중단도 별도로 제안한 상태이며, 프랑스·스웨덴이 서안지구 정착촌 생산 물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역사적 이유로 이스라엘에 영원히 빚을 졌다고 말하는 나라들이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눈을 감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기데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날 X에 “EU가 자의적이고 정치적인 방식으로, 어떠한 근거도 없이 이스라엘 시민과 단체에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제재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르 장관은 “이스라엘은 유대인이 우리 조국의 심장부에 정착할 권리를 지지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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