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기도, 노봉법 개정 후 ‘사용자성 회피법’ 제작·배포···“수탁기관 책임 조항 명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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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는 노동국 명의로 지난 4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상생협력 매뉴얼’(상생협력 매뉴얼)이라는 공식 문서를 만들어 경기도 산하기관 등에 배포했다.
3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문서는 원청 사용자성을 확대 인정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이 지난 3월 시행된 직후 제작됐다. 문서에는 개정 노동법 취지 및 단체교섭,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등 노조법이 실제 업무 수행과정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다루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위·수탁기관과 계약을 맺을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을 나열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이다.
경기도와 경기도 산하기관은 도 정책 사업 수행을 위해 민간과 위·수탁 계약을 맺어 진행하고 있다. 명목상 계약이라는 형태를 취하지만, 이들은 엄연히 경기도 사업을 수행한다.
상생협력 매뉴얼 내용 중 상당 부분은 ‘사용자성 회피’에 맞춰져 있었다. 경기도는 ‘노사관계 유의사항 및 사례 점검’이라는 항목에서 1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할애해 어떻게 하면 사용자성을 인정받지 않을 수 있는지를 상세하게 서술했다.
예컨대 노무관리 점검 사항으로는 “위탁계약서에 ‘수탁기관은 노무관리에 관한 독자적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 등의 문구를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함”이라고 제시했다. 업무지시와 관련해서도 “모든 과업 지시는 수탁기관 등의 책임자에게만 전달(문서, 구두)”이라고 적었다.
이밖에 “수탁기관 등의 직원 사무실 좌석 배치, 이동 등은 수탁기관이 결정” “수탁기관 등의 단체교섭은 기관 등의 책임자가 교섭당사자임을 분명히 함” “수탁기관 등의 노동조합 설립을 이유로 계약해지 암시 등 불이익을 언급하며 부당노동행위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도록 주의”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경기도 소속 공무원들은 실제 업무를 수행하며 위·수탁 기관 직원을 상대로 지시·감독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지시·감독은 법원이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경기도의 한 산하기관 직원 A씨는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위·수탁 기관 직원과 산하기관 직원이 구분 없이 일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노동 전문가들은 경기도가 위·수탁이라는 형태를 취했다고 할지라도 개정 노조법 취지에 따라 충분히 사용자로 해석될만한 위치에 있다고 말한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박소영 노무사는 “민간위탁 등으로 수행하는 수많은 하청사업 부문에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박 노무사는 “문건을 보면 경기도는 하청노동자들에 대해 원청사용자 지위에 있음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책임을 다하기보다 회피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공부문은 개정노조법 적용에 모범이 되어야 함에도 마치 원청교섭 책임이 면제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숨고 있다”며 “정부·지자체라 할지라도 하청노동자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 결정하는 지위에 있다면 원청교섭 책임이 주어진다는 점은 달리 적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번 매뉴얼은 개정 노동관계 법령에 대한 실무 이해를 돕고 현장 혼선을 줄이기 위한 내부 교육자료”라며 “노란봉투법 적용을 회피하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성 여부는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구체적 지배 여부 등을 종합 판단할 사안으로, 법령 취지에 맞는 업무 수행을 안내한 것”이라고 말했다.
목요일인 11일은 오후부터 전국 곳곳에 소나기가 내리겠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부터 저녁 사이 수도권과 강원도, 충청권 내륙, 전북 북동부, 경북 중·북부 내륙, 경북 북동 산지, 경남 북서 내륙에 소나기가 내리는 곳에 있겠다”며 “소나기가 내리는 지역에선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 우박이 동반돼 안전사고에 유의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와 대전·세종·충남 내륙, 충북, 경북 중·북부 내륙 5~30㎜, 강원 내륙·산지 5~50㎜, 전북 북동부와 경남 북서 내륙 5~20㎜, 강원 동해안 5㎜ 안팎이다.
낮 기온은 23∼29도로 예보됐다. 이날 경상권에선 낮 기온이 30도 안팎으로 오르는 곳이 있겠다.
이날 오전 5시 현재 기온은 서울 16.6도, 인천 16.2도, 수원 14.9도, 춘천 14.5도, 강릉 19.2도, 청주 17.7도, 대전 16.0도, 전주 17.3도, 광주 18.7도, 제주 20.9도, 대구 16.2도, 부산 19.7도, 울산 15.9도, 창원 17.8도 등이다.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이 ‘좋음’~‘보통’ 수준을 보이겠다.
법원이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가결시한으로 정한 날짜(7월3일)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최종적으론 9월4일까지 두 달 더 연장이 가능하지만, 그 이상 연장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회생이냐 청산이냐 결정까지 길어야 석 달도 남지 않은 셈이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의 추가 대출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정부·여당이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이달 안에 인수기업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청산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누군가에겐 단순히 회생 혹은 청산으로 투자금을 얼마나 회수하느냐의 문제이지만, 현실에선 노동자와 배송기사, 입점업체, 납품업체 등의 일자리와 생계가 달린 문제다.
경향신문은 최근 홈플러스 노동자 5명과 배송기사 2명, 입점업주 4명, 홈플러스 매장 2곳, 납품업체 1곳을 직접 찾거나 전화로 인터뷰했다. 홈플러스의 운명이 결정되기도 전에 이들의 삶은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 수십년간 한 지역에 터잡아 형성한 인간관계까지 송두리째 쓰러져가는 상황이었다.
토요일인 지난달 23일 방문한 서울 마포구 상암동 홈플러스 월드컵점. 이 곳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 리그·국가대표팀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나 주말이면 계산을 하는 데만 1시간 가까이 걸릴 정도로 사람이 몰리던 매장이다. 토요일 밤, 고객이 몰리는 시간대였지만 넓은 매장은 너무 한산했다. 한때 연 매출 약 1000억원으로 ‘서울 매출 1위 홈플러스 매장’이란 수식어가 붙었던 곳이란 사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고객이 홈플러스를 찾지 않는 이유는 살 물건이 없어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납품대금 지급 지연이 반복되더니 올해 들어 아예 납품대금 지급이 되지 않는 상황까지 가면서 납품업체들은 잇따라 상품 공급을 중단했다. 현금 흐름이 막힌 홈플러스가 메리츠에 1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 지원을 요청하자, 메리츠는 김병주 MBK 회장의 연대보증을 조건으로 내걸고, 홈플러스가 다시 이를 거부하는 등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매장 상황은 점점 나빠졌다. MBK는 10일에야 “연대보증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메리츠의 지원을 재차 촉구했다. 다만 메리츠 측은 “아직 구체적 자료를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음료가 채워져있던 냉장고는 홈플러스 자체브랜드(PB) 음료 한 종류가, 그것도 제일 앞 줄만 진열돼 있었고, 냉동고엔 프라이팬과 플라스틱 보관용기가 들어찼다. 채소류 매대엔 양배추가 여러 칸을 채우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매장을 찾은 손님들마저도 빈 카트를 끌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이날 가족과 매장을 찾은 한 남성은 아내에게 “살 게 없어. 빨리 가자”고 말했다. 한 60대 여성이 “왜 우유가 매번 품절이냐”고 물으니 계산대 노동자가 난감한 표정으로 “요즘 홈플러스가 상황이 안 좋아서 물건이 조금밖에 안 들어왔나 봐요”라고 답했다.
그나마 월드컵점은 ‘살아남은’ 점포에 속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10일부터 전체 104개 매장 중 37곳에 대한 잠정 휴업을 한다고 시행 이틀 전 전격 발표했고, 결국 이달 초엔 이 매장들을 폐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폐업 점포로 결정된 홈플러스 고양터미널점 매니저 양미경씨(54)는 2002년 까르푸 시절 입사해 홈에버를 거쳐 지금까지 24년간 일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이랜드가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 3000여명을 계약해지·외주화하려 하자,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월드컵점 점거농성 및 510일간의 파업에 나섰다. 웹툰 ‘송곳’과 영화 ‘카트’의 배경인 이 투쟁은, 비정규직보호법이 오히려 비정규직 해고를 양산하고, 그 피해는 중년 여성과 같은 노동시장 약자들이 가장 크게 받는다는 점을 사회적으로 각인시켰다.
양씨는 지난달 휴점 발표 때만 해도 “하루 평균 매출 1억5000만원 이상이 나오는 고양터미널점만큼은 회사가 다시 문을 열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지만 “그 희망은 이제 물거품이 됐다”고 했다. 이 매장 직원 100여명 가운데 양씨를 포함한 20여명만 남아서 매장 정리·관리를 하고, 80여명은 휴직에 들어갔다. 회사 측은 평균임금의 70%에 해당하는 휴업수당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근무하는 직원들도 임금이 체불되는 상황이라 과연 휴업수당을 받을 수 있을지 불안감이 크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부터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기를 반복하다가, 5월 임금 지급일인 지난달 21일, 체불된 4월 임금 25%만 지급했고, 나머지 4월치 월급과 5월치 월급 전액은 지급하지 않았다.
홈플러스는 한때 매장 수 140개가 넘는 대형마트 업계 2위였다. 이제는 그 절반 수준만 문을 열고 있지만 영업중인 곳들도 ‘어디어디가 문을 닫는다더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양씨는 “MBK가 알짜 점포만 팔아 현금화한 뒤 다 가져간 결과”라고 말했다.
MBK가 2015년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거래규모는 7조2000억원이었는데, MBK는 인수 대금 중 상당액을 홈플러스의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차입매수’(LBO)했다. 인수 이후 MBK는 알짜 점포를 매각한 뒤 재임차하거나 아예 철수하는 등 자산 유동화를 통해 수조원대 현금을 마련했다. 반면 홈플러스는 임차료 부담 등으로 고정비가 급증하고 매장에 대한 투자 감소 등으로 매출은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지면서 실적이 계속 나빠졌다. MBK 인수 직전인 2014년 1900억원대 영업이익(매출 7조526억원)을 내던 홈플러스는 11년 만인 지난해 5000억원대 영업손실과 1조원대 순손실(매출 5조7963억원)을 내는 회사로 전락했다.
양씨는 2007년 홈에버 투쟁으로 해고까지 당했지만 “그때는 주인이 있는 회사여서 직원들이 한목소리를 내면 사장이 돌아는 봤다”고 말했다. 그는 사모펀드인 MBK의 인수 이후 10년 이상 사실상 “주인이 없었다”며 “직원들이 아무리 얘기해도 회사는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씨는 2024년 실질 수익률 최대 14% 수준에 홈플러스에 부동산 담보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진 메리츠와 MBK를 “사기꾼 집단”이라고 했다.
양씨가 속한 홈플러스 일반노조는 지난 4월30일 대의원대회에서 “월급을 포기해서라도 영업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결의했다. 노조 간부들은 납품업체를 찾아다니며 “물건을 납품해달라”고 사정했다. 일부 조합원 반발에도 ‘임금 포기’를 선언한 이유에 대해 이종성 일반노조 위원장은 “나비효과를 기대했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 경영진과 지역주민, 납품업체가 노동자들이 희생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주기를 바랐지만 그런 파장은 없었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선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노동자들이 정부가 홈플러스 대량해고 사태를 막아달라며 단식 농성 중이다. 지난달 14일 시작했으니 10일로 28일째다. 홈플러스와 마트노조에 따르면 약 1만8000명이던 직원 수는 회생절차와 익스프레스 매각, 점포 구조조정 등을 거치며 최근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여기에 폐점이 예정된 37개 매장 직원이 약 3500명이어서 추가 인력 감축이 예상된다.
지난달 19일과 22일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농성 중인 두 여성 노동자를 만났다. 한 노동자는 지난 8일 건강 상태가 악화해 병원으로 이송됐고, 다른 한 명은 끝까지 버티겠다며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정승숙씨(56)는 사회초년생 아들에게 “엄마가 못 받은 월급 받으러 서울 간다”고 하고는 부산에서 올라왔다. 정씨가 15년간 일하던 부산 감만점은 지난 2월 문을 닫았다. 정씨는 부산 센텀시티점으로 전환배치됐지만 불과 두 달여 만에 이 매장마저 영업이 중단됐고 현재는 폐점 수순을 밟고 있다.
사모펀드인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했을 때부터 정씨와 동료들은 ‘MBK가 매장을 다 팔고 나가버리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에 불안했다. 한편으론 ‘그래도 업계 2위인데 설마 망하겠느냐’는 생각에 최저임금 수준을 받으면서도 자부심을 갖고 일했다. 하지만 홈플러스가 부산 지역 매장을 하나둘씩 팔아치우면서 불안감은 커져갔다.
그러던 지난해 3월4일 정씨는 회사가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는 소식을 기사를 통해 알게 됐다. 소득이 불안정한 남편을 대신해 가장 역할을 하는 그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회생절차 돌입 이후 매장을 찾는 손님은 점차 줄어갔고, 지난해 추석 무렵부터 상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서 매출은 더 크게 떨어졌다.
정씨는 “매장 상태가 엉망인 걸 보면 내 자신이 너무 비참하다. 상품이 없으니까 직원들이 마음이 불편해서 회사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임금 체불이 반복되자 혼자서 대학 입학 전 자녀를 키우거나 부모를 봉양하는 여성동료들과 젊은 직원들은 버티지 못하고 이미 회사를 떠났다. 다들 좋지 않은 상황이다보니 친했던 동료들과도 퇴사 후엔 먼저 연락하기가 어렵다. 남은 동료들도 “언니, 나 어떻게 해야돼?”라고 묻는다. 정씨는 “매장 근처에 사는 중년 여성직원이 많다. 다들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지역사회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홈플러스 본사격인 서울 강서점에서 일하는 김현원씨(46)는 어버이날 다음날인 지난달 9일 본가인 경북 포항에 내려갔다가 회사 상황이 심각하다고 한번 더 느꼈다. 포항의 홈플러스 매장 2곳은 지난달부터 사실상 문을 닫았다. 김씨는 낮 시간임에도 ‘홈플러스’ 마크가 새겨진 트럭들이 홈플러스 매장 앞에 주차돼 있는 모습을 보고 어머니에게 “차가 멈췄어. 우리보다도 이 기사님들이 더 힘들 거야”라고 말했다.
김씨는 곧 전세집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다. 오른 전세 가격을 내려면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회사가 4대보험을 체불하면서 은행 대출도 어렵다. 그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씨는 MBK와 메리츠가 추가 대출을 놓고 갈등한 것을 두고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느낌이다. 서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며 “김병주 MBK 회장은 인수할 때 1조원대 투자를 약속해놓고 이행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씨가 걱정한 대량실직 문제는 비단 홈플러스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들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경기도에 있는 A사는 홈플러스를 비롯한 대형마트에 신선식품을 납품해왔다. 홈플러스에는 2019년 납품을 시작했다.
그러다 홈플러스가 원래 10일 간격으로 지급하던 대금을 지난해 여름부터 늦게 주기 시작했다. 대금 지급 지연으로 회사 자금이 묶일 위기에 처하자 이 업체는 지난 2월 말부터 홈플러스 납품을 중단했다. 회사가 못 받은 돈은 두 달치 대금 4억원에 달한다. A사 관계사는 “대형마트로부터 대금을 못 받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언제 주겠다는 말조차 없다”고 했다.
납품 중단 후 A사는 홈플러스 생산 라인에서 일하던 50~60대 여성 직원 약 20명을 해고했다. 다른 대형마트도 업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아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약 35% 줄었다. 6개 생산 라인 중 2개가 멈춰섰다. A사가 농산물을 매입해오던 농민들도 판로를 잃었다.
A사는 자구책으로 수수료가 높고 납품대금 지급간격이 길어 꺼렸던 쿠팡 입점을 검토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홈플러스 매출 비중이 50%를 넘는 업체들은 납품을 중단하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하니 울며 겨자먹기로 납품을 계속하는 실정”이라며 “현재 상황이 더 지속되면 업체 상당수가 도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배송기사들의 문제도 심각하다. 폐점을 앞둔 고양터미널점에서 만 10년째 배송일을 해온 문준석씨(57)는 지난달 8일 출근했다가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것 같았다”고 했다. 문씨 같은 배송기사들은 ‘홈플러스’가 칠해진 붉은 색 트럭을 운행하지만, 홈플러스와 계약한 중간 물류사와 1년 단위 계약을 맺고 일하는 개인사업자다. 문씨가 물류사로부터 받아온 돈은 한 달에 약 450만원이지만, 기름값, 자동차보험료, 차량수리비 등을 제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최저임금 수준이라고 문씨는 말했다.
물류사는 “다른 매장이 빈 자리가 있다”며 원하는 사람은 그곳으로 갈 수 있도록 알아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물류사가 제안한 매장은 출근시간에 2시간 가까이 걸리는 서울 금천구 금천점, 서울 관악구 남현점 등이었다. 새벽에 학교 식자재 배송 등을 하며 부족한 수입을 보충하고 있는 기사들 입장에선 수락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문씨는 현재 어플로 검색한 용달 일과, 지인으로부터 종종 도움을 요청받는 택배 일 등 알바를 짬짬이 하고 있다.
문씨는 최소한 일자리를 새로 구할 동안 한두달치 보상금은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크게 무리한 주장은 아니다. “기사들이 더 좋은 일자리가 있어서 홈플러스 일을 그만두려고 하면 물류사에선 새 기사를 구할 동안 두 달을 기다려 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쫓아낼 때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건 말이 안 되죠.” 그는 최근 TV 뉴스를 켜지 않는다. 반도체 업계 성과급 기사들을 보면 소외감이 너무 커서다. 문씨는 “우리는 진짜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싶은 건데…사람들한테서 잊혀져 간다는 게 너무 아쉽다”며 울먹였다.
홈플러스는 서울 노원구에 있는 중계점을 2020년 이래 여러 차례 매각하려 했다. 하지만 주민과 지자체, 지역구 의원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반대에 나서면서 매각이 저지됐다. 주거밀집지역에 위치한 상업시설을 함부로 없애선 안 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결국 지난달 10일부터 영업이 중단됐고, 폐점이 예고된 상태다.
이달 1일 찾은 중계점 앞엔 ‘임대매장 정상영업 합니다’란 안내문이 붙어있었지만, 매장을 도는 2시간30분 동안 방문한 고객은 두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매장 안내문에 따르면 여전히 약 20개 입점업체가 영업 중이었는데도 말이다. 상인들은 “그간 매각은 저지했지만, 홈플러스가 투자를 하지 않으면서 매장이 낡아서 방문객이 꾸준히 줄어왔다”며 “지난해 3월 회생 신청 이후로는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한 매장의 경우 홈플러스와 처음 계약했던 10년 전 월 3000만원가량이었던 매출이 지난 4월엔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 더 적은 100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남아있는 상인들은 대부분 10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해온 사람들이다. 부모대부터 이어서 영업한 상인들도 여럿이었다.
이들은 홈플러스와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 왔는데, 홈플러스는 계약 갱신을 앞둔 지난달 한 달짜리 ‘인도 유예 합의서’ 서명을 요구했다. 상인들은 “한 달 뒤인 6월 말에 아예 문을 닫는다는 얘기냐”며 버텼지만, 영업을 계속하기 위해 결국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B씨는 하루 한 두명 방문하는 단골 손님을 포기하지 못해 매일 가게 문을 열고 있다. B씨는 “매출의 10% 후반대 수수료를 홈플러스에 내고 있다”며 “정액 임대료 매장은 이미 버티지 못하고 다 나갔다”고 했다.
단골 손님들은 홈플러스 중계점 폐점 소식을 듣고 임대매장도 폐점이 확정된 걸로 알고는 “언제까지 영업하느냐”고 문의한다. 상인 C씨는 “가장 답답한 건, 홈플러스 관계자 누구도 당장 다음달에 영업을 계속 할 수 있는 건지 답변을 주지 않아 손님들에게 확답을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C씨 가게는 시설물이 많은 특성상 다음달부터 영업을 하지 못하면 대체 매장을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상인 대부분은 한 가정의 가장들이다. 아버지에 이어 가게를 운영 중인 D씨는 “사실상 수입이 없는 실정”이라며 “어린 딸을 생각하면 너무 답답하다”고 눈물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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