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출신 지휘자 라하브 샤니 “난 평화·화해 추구 예술가 정치 입장 강요 안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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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출신인 그는 오는 9월부터 뮌헨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로 공식 취임한다. 현재 그는 이스라엘 필하모닉 음악감독도 맡고 있다.
젊은 거장의 약진으로만 보기에 그가 서 있는 자리는 다소 복잡하다. 동시다발적 전쟁이 벌어지는 현 시대가 예술가에게 던지는 질문이 그의 뒤에 따라붙고 있어서다.
지난해 그는 벨기에 플란데런 헨트 축제에서 뮌헨 필하모닉을 이끌고 공연할 예정이었지만 주최 측은 이를 취소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행위가 국제적인 공분을 사던 시점이었다. 당시 주최 측은 그가 이스라엘 필하모닉 음악감독이라는 공적 역할을 맡고 있음에도 이스라엘 정부와 충분히 명확하게 거리를 두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반면 독일과 유럽 음악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반유대주의적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뮌헨 필은 이전에도 전쟁 문제로 한 차례 진통을 겪었다. 샤니에 앞서 2015년부터 뮌헨 필을 이끌었던 이는 러시아의 발레리 게르기예프였다. 2022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뮌헨 필은 그를 해임했다. 전쟁에 비판적인 메시지를 내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그가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음악가의 침묵이 더 이상 중립으로만 받아들여지지 않음을 알리는 사건이었던 셈이다.
샤니를 둘러싼 논쟁도 그 연장선에 있다. 논란의 초점은 국적이 아니라 한 예술가가 국가를 대표하는 문화기관의 수장이라는 공적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그럴 때 전쟁이나 국가폭력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할 수 있을까. 한다면 그 선은 어디까지일까.
지난 4일 서울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뮌헨 필하모닉 내한공연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질문이 나왔다.
샤니는 이에 대해 “예술가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문제이자 누구나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고 나 역시 평화와 화해를 추구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왔다”면서 “다만 예술이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지난해 벨기에 헨트 축제 공연 취소 논란에 대해서는 불편함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그는 “전쟁이 이미 일어난 상황에서 우리를 초청했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면 애초에 초청하지 말았어야 한다”면서 “정치적 압박 속에서 입장을 강요하는 행위는 동의할 수 없고 어떤 예술가에게도 그런 강요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가 이끄는 뮌헨 필은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함께 5일부터 9일까지 서울과 인천에서 4차례 공연한다. 베토벤과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말러 교향곡 1번, 브람스 교향곡 4번 등을 연주한다. 샤니와 뮌헨 필, 조성진이 호흡을 맞추는 것은 2022년 9월 뮌헨에서 라벨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한 지 4년 만이다.
샤니는 지휘자이면서 피아니스트로도 활동해왔다. 다니엘 바렌보임,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무대에서 협연했으며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를 지휘하며 피아노를 협연하기도 했다.
1893년 창단된 뮌헨 필은 독일을 대표하는 교향악단으로 세르주 첼리비다케, 제임스 레바인, 로린 마젤 등이 거쳐갔다. 구스타프 말러가 1901년과 1910년 각각 자신의 교향곡 4번과 8번을 직접 지휘하며 세계 초연한 인연이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유럽의회에서는 중요한 결의안이 통과됐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이 원칙을 공통 기준으로 삼겠다는 뜻입니다. 표결 결과는 찬성 447표, 반대 160표로 압도적이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를 두고 “사회적 변화의 큰 걸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논의의 불씨가 된 것은 바로 ‘지젤 펠리코’ 사건입니다. 프랑스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집단 성폭행 사건인데요. 지젤의 남편은 음식과 음료에 약물을 타 아내가 의식을 잃게 만든 뒤, 10여년 동안 인터넷으로 모집한 50여명의 남성들에게 성폭행하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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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 법정 공방의 핵심은 ‘동의(consent)’의 개념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였습니다. 프랑스의 기존 법 체계에서는 폭력, 협박, 강제, 기습 같은 물리적 강제력이 있어야 강간이 성립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지젤이 약물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음에도, 일부 변호인 측에서는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노(no)”라고 말하거나 저항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간으로 보기 어렵다는 논리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에서는 ‘동의가 없으면 강간’이라는 원칙을 법적으로 더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성적 관계에서의 동의는 폭력·권력관계·약물·수면·질병·장애 등 다양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입니다. 결국 프랑스 의회는 지난해 10월 법을 개정해 “명시적이고 자발적인 동의 없는 모든 성행위는 강간”이라고 정의를 바꿨습니다.
그동안 EU 회원국들은 강간 정의를 제각각 적용해왔습니다. 어떤 나라는 폭행이나 협박 같은 물리적 폭력이 있어야 강간으로 인정했습니다. 독일·오스트리아·폴란드 등은 ‘노는 노(no means no)’ 원칙을 적용했습니다. 피해자가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는지가 핵심이었던 겁니다.
반면 스웨덴·벨기에·덴마크·스페인·네덜란드 등은 ‘예스만 예스(only yes means yes)’ 원칙을 도입했습니다. 명시적이고 자발적인 동의가 없는 성관계는 모두 강간으로 보는 방식입니다.
지젤 펠리코 사건은 유럽 전체에 ‘동의’ 개념을 법적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논의를 촉발했습니다. EU는 이번 결의안에서 “침묵, 저항의 부재, 과거의 동의나 관계 여부 등은 동의로 해석될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스웨덴 사회민주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 에빈 인시르는 “이번 입법 추진은 성관계에서 ‘예스’만이 진정한 동의임을 보장하고, EU 내 모든 성폭력방지법이 동의 원칙에 기반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여성이 저항하거나 상처를 보여야만 ‘노(no)’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동의의 부재’ 자체가 핵심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U 차원에서 범죄를 공통 기준으로 규정하면 회원국 간 법적 차이가 줄어들고, 국가 간 수사와 판결 협력도 훨씬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강간죄가 EU 공통 기준에 포함되면 모든 회원국이 최소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법적 사각지대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됩니다.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 역시 더 일관되게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범죄 정의가 같아지면 피해자가 다른 EU 국가에서 범죄를 당하더라도 비슷한 수준의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증거와 판결을 서로 인정하게 되면, 범죄자가 국경을 넘어 도주하더라도 처벌 가능성이 커집니다.
피해자 지원 체계도 강화될 수 있습니다. 법률 자문, 의료 지원, 전문 상담 등 다양한 피해자 지원 서비스를 모든 회원국이 일정 수준 이상 제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어느 나라에 있든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결국 시민들은 다른 EU 국가에서 생활할 때도 자신의 권리가 동일하게 보호된다는 신뢰를 갖게 됩니다. 이는 EU가 강조해온 “자유·안보·정의의 영역”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논란은 남아 있습니다. 프랑스와 독일은 2024년 논의 당시 “강간죄는 EU 조약상 초국경 범죄로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EU가 공통 형사 기준을 강제할 권한이 없다”며 반대했습니다. 형사법은 국가 주권의 핵심 영역인 만큼, EU가 유럽 전체에 적용되는 정의를 내릴 권한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그럼에도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번 결의안 통과가 법적 변화뿐 아니라 사회 인식 개선 측면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국제 앰네스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성폭력 문화’는 성에 대한 해로운 고정관념과 잘못된 신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아 유지되고, 때로는 이를 정당화하려는 시도까지 이어진다”며 “이번 결의안은 이를 바꾸는 중요한 계기”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논의는 단순히 법 조항 하나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성적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한 동의”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유럽 전역에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EU 집행위원회가 실제 입법을 추진하는 일입니다. 과연 ‘지젤이 쏘아올린 공’은 유럽 전체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 백민정 기자 mj100@khan.kr
[여적] ‘예스 민즈 예스’
2024년 프랑스 사회는 남편이 건넨 약물로 의식을 잃고 50명의 남성에게 9년간 성폭행을 당한 사건에 경악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저항하지 않아 동의한 줄 알았다”고 항변했지만, 피해자인 지젤 펠리코는 “부끄러움은 가해자들 몫”이라며 이들을 법정에 세웠다. 이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 의회는 폭력·협박이 있어야만 인정되던 강간죄를 ‘동의 없는 성관계는 강간’으로 규정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피해자의 저항’이라는 낡은 신화를 거부한 사례는 스페인에도 있다. 2016년 한 축제에서 18세 여성을 남성 5명이 집단 성폭행한 ‘울프팩(늑대 무리)’ 사건이다. 1심 재판부가 “피해자가 항거 불가능할 정도의 폭력이 없었다”며 강간죄 대신 성적 학대죄를 적용하자 분노한 민심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강간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성관계 시 명시적 동의가 없으면 강간으로 간주하는 ‘성적 동의에 관한 포괄적 법률’ 제정(2022년)의 동력이 됐다.
두 사례는 강간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의 전환을 의미한다. 명확한 거부 의사를 밝혔는지가 핵심인 ‘노 민즈 노(No means no)’를 거부하고, 명시적 동의가 있어야만 성적 자기결정권이 존중됐다고 보는 ‘예스 민즈 예스(Yes means yes)’ 원칙을 세운 것이다. 유럽연합도 지난 28일(현지시간) “동의 없는 성관계는 강간”이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며 이 원칙을 보편적 인권 기준으로 제시했다.
한국의 강간죄는 73년째 ‘항거 불능’ 상태임을 증명해야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틀에 갇혀 있다. 법정은 피해자의 저항 여부를 따지는 심문장이 된 지 오래다. 비동의 강간죄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수차례 폐기됐다. 유엔이 강간죄를 ‘동의 부재’로 정의할 것을 권고했음에도 무고죄 남발 우려 등을 이유로 요지부동이다. 우리와 법 체계가 비슷한 일본이 2023년 ‘부동의 성교죄’를 신설한 것에 견주면 부끄러움이 앞선다.
국제사회의 변화는 강간죄 개정을 언제까지 유예할 것이냐를 우리에게 묻고 있다. 여성차별철폐협약 비준국인 한국이 인권 후진국으로 분류되는 현실을 국회와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피해자에게 “왜 저항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세상은 이제 바뀔 때가 됐다.
▼ 구혜영 논설위원 koohy@khan.kr
모든 변리사는 대한변리사회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고 규정한 변리사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헌법재판소가 29일 결정했다.
헌재는 이날 변호사이자 변리사인 유모씨 등 6명이 헌법소원을 청구한 변리사법 11조(변리사회 가입 의무)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재는 내년 10월31일을 국회가 해당 법 조항을 개정하도록 입법 시한으로 정하고 이때까지는 조항의 효력을 유지하도록 했다.
유씨 등은 2020년 1월 변리사회 가입 의무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들은 특허청(현 지식재산처)에 변리사로 등록했지만 변리사회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특허청장은 2018년 11월 유씨 등이 변리사회 가입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견책’ 징계 처분했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 4명(김상환·김형두·정형식·오영준)은 변리사회 가입 의무 조항의 입법 목적에 대해 “변리사회의 대표성과 법적 지위를 강화함으로써 산업재산권 제도 및 관련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변호사인 변리사의 결사의 자유 및 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밝혔다. 재판관들은 “별도의 변리사 단체를 설립하는 것을 허용하고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대체 수단이 존재한다”고 했다.
이 사건에는 변호사와 변리사 사이의 오랜 갈등이 얽혀 있다.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면 변리사법에 따라 변리사 시험에 합격하지 않아도 변리사 자격을 함께 취득한다. 변리사회는 변호사의 변리사 자격 자동 취득 제도에 대해 수차례 폐지 입법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대한변호사협회의 반대에 가로막혀 실현되지 못했다. 변리사회 가입을 원하지 않는 변호사들이 별도의 대한특허변호사회를 설립하자 변리사회가 특허청장에게 징계를 요구하기도 했다.
단순위헌 의견 재판관 3명(김복형·조한창·마은혁)은 “변리사회가 자신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가입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수의견인 합헌 의견 재판관 2명(정정미·정계선)은 “변리사와 변호사 간 직역 다툼의 문제가 별도의 단체를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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