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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덕분에’ 살아남았다”…‘강남역 10주기’ 무대 선 ‘진주 편의점’ 피해자 [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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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댓글 0건 조회 24회 작성일 26-05-2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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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여성 혐오 살인사건 10주기를 맞은 지난 17일, 온지구씨(가명)가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온씨는 2023년 경남 진주시 하대동의 한 편의점에서 발생한 ‘여성 혐오 폭행’ 사건의 피해자다. 그는 “10년 전 강남역 사건 피해자의 희생 덕분에 오늘의 제가 살아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감히 ‘덕분에’라는 마음을 품게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온씨가 공개 발언한 곳은 여성의당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강남역에서 진주 편의점까지, 여성혐오에 맞선 여성들의 10년’ 대담 행사였다. 주로 SNS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목소리를 내온 그가 공식 석상에 나온 건 2년 만이다. 온씨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연대해준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할 기회가 필요했다”며 “연대자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용기를 내 나왔다”고 말했다.
온씨는 2023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20대 남성 A씨에게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폭행당했다. A씨는 온씨를 폭행하며 “너는 페미니스트니까 맞아도 된다”고 했다. 이를 말리던 50대 손님에게도 “같은 남자면서 왜 남자 편을 들지 않느냐”며 폭행했다.
법원은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서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며 유의미한 판시를 내놨다. 당시 창원지법 형사1부(재판장 이주연)는 “범행 동기가 여성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에 있다”고 밝혔다. 여성 혐오를 범죄 동기로 인정한 첫 판결이었다.
온씨는 가해자의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겪는 어려움을 털어놨다. 온씨는 “재판을 지켜보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절차에서 피해자가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직접 발로 뛰지 않으면 수사나 재판 진행 상황을 알기 어렵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판사도 듣지 않는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집행유예만 아니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언제든 다시 생겨날 수 있는 또 다른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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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씨는 오는 11월 출소를 앞둔 A씨를 상대로 민사소송도 이어가고 있다. 사건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를 받아온 그는 피해 사건을 계속 마주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도 병원에서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공식 자리에 나선 이유는 연대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온씨는 “부끄럽게도 사건을 겪기 전까지는 페미니즘이나 여성혐오 문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며 사건 직후 수많은 여성들의 분노를 보며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비로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온씨는는 “도와준 사람들에게 ‘내가 나일 수 없을 때 내가 되어줘서 고맙다’고 편지를 썼는데 돌이켜 보면 저 또한 여러분이 됐던 것 같다”며 “지금도 그 기억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제가 낸 용기가 여러분이 스스로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우혜림 기자 saha@khan.kr
이란 정부가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페르시아만 해협청(PGSA)’의 공식 엑스 계정이 개설됐다. 이란 정부는 선박 통항 규제와 통행료 부과의 정당성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18일(현지시간) 이 계정엔 영어와 페르시아어로 “신의 이름으로, 페르시아만 해협청(PGSA)의 공식 엑스 계정이 이제 활동한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과 최신 전개 상황에 대한 실시간 업데이트를 알려면 팔로우하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 공식 계정도 게시물을 리트윗했다.
PGSA의 구체적인 권한과 역할은 아직 공식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이달 초 PGSA를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한 체계”라고 소개했다. 프레스TV는 또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이 PGSA를 통해 관련 통항 규정을 전달받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CNN, AP통신 등 외신들도 지난 7일 이란이 PGSA를 신설하고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 제도화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PGSA는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에 ‘선박 정보 신고서’를 의무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신고서에는 선박 이름과 식별번호, 출발지·목적지, 소유주·운영자 정보, 승무원 국적, 화물 세부 내역 등 약 40개 항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지난 5일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주권적 해상 교통 규제 체계’도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모든 선박은 이란 측이 발송하는 공식 e메일을 통해 통항 규정을 전달받고 이를 준수해야 하며, 사전에 통항 허가도 받아야 한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새로운 통항 관리 체계 구축을 위해 오만 정부와 실무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논란이 되는 ‘통행세’ 문제와 관련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를 단순한 재정 문제만 보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연안국이 항행 서비스 제공, 항행 안전 관리, 해양 환경 보호 등을 위해 일정 비용을 부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이어 “이 문제는 법적 근거를 갖고 있다”며 “연안국인 이란과 오만이 국제법과 국제 관례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하고 원활한 통행을 보장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물론 이를 시행하는 데에는 비용이 수반되며, 이는 국제적으로도 인정되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10년 전인 2016년 5월17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의 한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30대 남성에게 살해당했다. 사건 이후 강남역 10번 출구는 피해자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으로 뒤덮였다. 여성들은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다”,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며 여성도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여성을 노린 살인이 ‘묻지마 살인’이 아닌 ‘여성혐오 살인’으로 명명되며 대규모 추모 열기로 번진 첫 사례였다.
나는 당시 사회부 사건팀 소속 만 2년차 기자로 그 슬픔과 열기를 정면으로 겪었다. 취재와 보도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당연히 쉽지 않았다. 20대 여성 당사자였기 때문에 피해 여성의 고통과 거리의 목소리가 내 것처럼 여겨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더 중요하게는 거대한 시대적 조류를 탔다는 느낌에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이제 10년이 지나며 그 시절 두려워했던 것들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 경향신문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의 기자로서 뒤늦은 취재후기를 전한다.
사건 이후 서초경찰서 측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짐작컨대 현행법에 ‘여성혐오 범죄’의 정의나 분류 체계가 없다는 의미로 그랬을 것 같다. 이 추측은 당시 경찰청장이 “대한민국에 아직 혐오범죄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뒷받침된다. 이 발언 이후 ‘경찰이 여성혐오 범죄 아니라지 않느냐’는 비아냥도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해 7월 검찰은 “치료와 가족의 보호에서 벗어난 생활을 하다 여성에 대한 피해망상으로 이어진 것 같다”면서도 “여성혐오 범죄는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수사기관의 요지는 ‘정신질환자의 범행’이라는 것이었다.
여성들은 이 사건에서 여성혐오를 짚어냈다. 중요한 점은 여기에 근거가 분명했다는 것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김성민은 범행 당시 화장실에 숨어 약 30분 동안 기다리면서 남성 7명을 보낸 뒤 처음 들어온 여성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다. 또한 “사회생활에서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해 범행을 했다”, “사건 이틀 전 한 여성이 나에게 담배꽁초를 던졌고, (여성이) 나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묻지마 살인’이란 말이 무색하게 누구를 범행 대상으로 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는 수백수천번 물었을 것이다. “피해망상과 환청을 동반”하는 정신 상태에서도 그 질문 끝에 자기 딴엔 ‘만만한’ 여성을 선별했다는 바로 그 점에서 우리는 여성혐오를 발견했다. 경향신문 사건팀이 채록한 <강남역 10번 출구, 1004개의 포스트잇>에서 한 시민이 남긴 포스트잇을 인용한다.
이 사건은 많은 여성들의 관점을 ‘강남역 이전과 이후’로 바꿔놓았다. 어떤 집단이 문제를 문제로 바로 보는 시각을 갖게 된 건 무척 큰 변화다. 10년 전 어떤 언론은 ‘강남역 화장실 살인녀’, ‘강남역 노래방 살인녀’란 표현을 썼다. 그 전에도 마트 주차장에서 납치·살해된 여성 피해자를 ‘트렁크녀’라고 부른 사건이 있었다. 이처럼 피해자의 성별에 따라 보도 관점이 다르게 설정되는 일이 과거엔 흔했다. 이제는 그런 명명을 거침없이 지적하는 독자층이 무시할 수 없는 규모로 존재한다.
‘변한 것이 없다’는 외침이 10년째 나오고 있지만, 진정으로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나처럼 변한 이들이 이제는 주변에 보이고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고 큰 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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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페미니즘 리부트를 취재하면서 들었던 가장 큰 불안과 의문은 ‘이 흐름도 언젠가 사라지는 것 아닐까’였다. 1990년대 말 ‘영페미’가 등장하고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 같은 출판물이 이목을 끌었다. 오랜 투쟁 끝에 2005년 호주제는 폐지됐다. 여기까지 보면 꽤나 잘 나갔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이후 ‘된장녀’, ‘개념녀’, ‘김치녀’가 찾아오며 요즘 젊은 여성들이 ‘암흑기’로 부르는 시대가 도래한다.
2016년 7월 ‘메갈리아 1년’ 기획을 하던 당시의 일이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페미니즘’이란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기사가 손에 꼽히는 것을 보며 의아한 한편 공포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그 공백, 그 암흑기가 초래된 원인을 알아내 가능한 한 회피하고 싶었다. 당시 내 눈에는 그러한 역사가 후퇴 내지는 패배인 것처럼 느껴졌고, 지금 여성들이 발 담근 이 물결도 그렇게 썰물이 되고 말까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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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말~2000년대 초와 지금이 다른 점은 페미니즘의 대중화다. 이제는 아무도 페미니즘을 두고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다니는 중산층 여학생의 전유물’이란 말을 감히 하지 못한다. 트위터(현 엑스)나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가 처음부터 페미니즘 물결을 환호하며 받아들였던 건 아니다. 메갈리아 시절만 하더라도 관련 용어나 주장은 터부시됐던 기억이 선명하다. 오래 걸리진 않았지만 페미니즘은 일종의 대중화 과정을 거쳤고 역사상 가장 페미니즘에 친화적인 젊은 여성 세대를 갖게 됐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응답받은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바뀐 게 없다’는 한탄이 나오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정치권은 아직 2030 여성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감조차 잡지 못한 듯하다. 이와 관련해 기억에 남은 것은 2019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펴낸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 요인 분석 및 대응 방안’ 보고서였다. 해당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남성의 지지율이 하락한 원인을 분석하며 “20대 여성이 페미니즘 등 집단이기주의 감성으로 무장하고, 남성혐오 문화가 확산해 20대 남성 지지율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대북문제를 비롯해 성별과 무관한 정책에 대한 지지가 철회한 이유로도 “친여성 정책기조에 대한 불만의 표시”를 꼽았다.
이것을 보며 정치권이 잘못된 주장, ‘주장을 위해 만들어진 주장’이 반복·생산하는 레토릭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조차 모른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러한 정치의 무능력은 한국 사회가 지난 10년 동안 대통령 탄핵을 두 차례 겪으며 더 심해진 것 같다. 그 결과가 여성들이 느끼는 박탈감, 정치적 효능감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광장의 목소리, 나중은 없다] ① “비동의강간죄 도입·남녀동수내각…참정권자의 염원, 대선 후보들은 응답하라”
그렇기 때문에 매년 돌아오는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 사건 ○주기’가 의미있게 느껴진다. 10년이 지나도 그날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자체로 ‘이번 물결은 다르지 않을까’란 희망이 유지된다. 추모 포스트잇을 하나하나 찍던 그날에서부터 언젠가 비가 세차게 내리던 강남역 10번 출구에 모여 추모 행진을 했던 그날,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서 불법촬영 규탄 시위를 했던 그날, 휴가에서 돌아오자마자 광화문광장으로 갔던 그날이 5월17일 위에 겹쳐진다.
어떻게 보면 앞서 ‘암흑기’로 명명했던 시절을 패배로 볼 이유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선배 세대가 만들었던 물결이 빠져나간 자리에 남은 조개를 나와 동시대 여성들이 주웠던 것이다. 앞으로 여성들의 목소리가 겹쳐질 수없이 많을 ‘그날’을 위해 오늘의 기록을 보태본다.
[플랫] 여성, 외치다
그러면 앞으로는 어떨까? 10년 전을 회고하는 글이니만큼, 이 대목에선 역시 10년 전 크게 화제(?)가 됐던 한 남성 코미디언의 발언을 다시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 그는 한 여성 출연자를 싫어하는 이유로 “설치고, 떠들고, 말하고, 생각한다”를 꼽았다. 이 중 ‘생각한다’를 넣은 점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는 여성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뒷걸음질로 완벽하게 짚어냈다. 지난 10년 동안 여성들은 설치고, 떠들고, 말하고, 생각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 김서영 기자 westzero@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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